대구 노동자 절반, 쉴 권리 보장 못 받는다

2024-11-11

민노총, 노동환경 실태조사

44.2% “연차 30% 이하 사용”

47% “미사용 연차수당 못 받아”

유급휴일 보장 비율 57% 불과

휴게시설 설치 사업장 59.7%

근로시간 단축제 시행은 31%

8년차 직장인 A씨는 최근 자녀가 갑자기 아파서 연차를 사용하려고 했으나 회사에서 허락을 받지 못했다.

A씨는 “연차를 쓰려고 하자 팀장이 ‘꼭 하루종일 쉬어야 하냐. 일도 많은데 반차로 해도 되지 않냐’며 눈치를 줘 결국 오후 늦게 퇴근해 아이와 병원에 갔다”며 “일을 하는 워킹맘은 못된 엄마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3년차 직장인 B씨는 “연차와 대체공휴일은 성실하게 일한 나의 정당한 권리인데 사용할 때 왜 눈치를 봐야 하는 건지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며 “쉬는 날도 잘 보장해줘야 열심히 일할 에너지도 충전할 수 있다”고 했다.

대구지역 근로자의 절반 가량이 연차, 휴일, 휴게공간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노총이 지난 8월부터 한달간 전국 근로자 8천2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노동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지역 근로자 44.2%가 연차 휴가를 30% 이하만 사용했고 이중 47.4%는 미사용 연차 수당을 받지 못했다. 공휴일과 대체공휴일을 유급휴일로 보장받는 근로자 비율은 57.3%에 불과했다.

지난해 8월 이후 법적으로 휴게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20인 이상 사업장 중 휴게시설을 설치한 사업장도 59.7%에 그쳤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근로자 건강권과 휴식권을 위해 상시근로자 20인 이상 사업장은 휴게시설을 설치해야 할 의무가 있다.

또 근로시간 단축과 임신이나 육아, 가족 돌봄을 위한 근로시간 단축제 시행 비율은 31%로 매우 낮았고 5인 미만 사업체의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제 시행률도 19.5%에 불과했다.

포괄임금제를 적용받는 근로자는 49.7%나 됐다. 포괄임금제는 근로 형태나 업무 성격상 추가 근무수당을 집계하기 어렵거나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한 연장, 야간, 휴일 근로 등이 예정되면 노사간에 미리 정한 매월 일정액의 수당을 기본 임금에 포함해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출·퇴근 시간을 매일 기록할 수 있고 관리자가 있는 사업장에서 포괄임금제를 운영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현재 근로자 절반이 포괄임금제를 적용받는 실정이다.

이와 함께 올해 대구·경북지역 사업장의 임금, 각종 수당 등 체불액은 40%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에 따르면 지난 1∼9월 지역 사업장 2천132곳 중 880곳에서 총 47억2천만원의 체불이 발생해 지난해 같은 기간(32억9천만원)보다 43.2% 증가했다. 노동관계 법령 위반은 1천955곳에서 6천516건 적발돼 작년보다 13.3% 늘어났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실태조사 결과 다수 근로자들이 임금, 노동시간, 고용안정 등 핵심 노동조건에서 위법 상황에 놓여있는 것이 확인됐다”며 “근로자 권리보장을 위한 정책은 현행 노동관계법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하며 이후 노동조건과 보호제도를 개선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빈기자 kyb@idaegu.co.kr

저작권자 © 대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