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여름, 후쿠시마 핵폐수 방류 소식에 온 나라가 반대 열기로 후끈 달았다. 윤석열 정부는 일본 정부가 사용하는 ‘처리수’를 한국 공식 용어로 정하려다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결국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지만 오염수를 버린다는 의미로 보면 ‘핵폐수’가 정확한 표현이다. 일본 정부가 굳이 핵폐수를 처리수라고 하는 이유는 다핵종제거장치(ALPS)로 삼중수소를 제외한 나머지 핵종을 전부 제거하고 삼중수소 배출 기준의 40배로 희석하면 국제 배출 기준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처리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고 원전에서 핵폐수를 배출하는 국제 기준은 없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는 일본 정부의 이러한 억지 논리에 제대로 문제를 제기하지도 못했다.
따가운 국제 여론에도 도쿄전력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작성한 보고서를 근거로 2023년 8월24일 배출을 강행했다. 2024년 8월까지 1년간 7800t씩 8차례 배출했고, 2년 차에도 8차례 배출할 예정으로 2월 현재 11차 배출을 진행하고 있다. 처음 배출한 핵폐수의 삼중수소 배출 농도는 1조1000억㏃(베크렐)이었으나 조금씩 증가하여 11차 배출수의 삼중수소는 3조㏃로 초기 농도의 3배로 증가했다. 첫 1년간 배출한 삼중수소 농도는 총 10조㏃이었고, 2차 연도인 올해 8월까지 총 15조㏃을 배출할 예정이다. 배출할수록 처음보다 삼중수소 농도가 높아지는 것은 처음부터 여론을 호도했기 때문이며, 이러한 의도는 계속되고 있다.
도쿄전력은 1년 동안 8차례 배출된 총 10조㏃의 삼중수소에 따른 연간 피폭량을 2×10-6~8×10-6mSv(밀리시버트)로 저평가했다. 저평가된 이유는 ALPS로 처리했음에도 약 10억㏃이 배출된 C-14를 포함하여 Mn-54, Am-241, Cm-244 등 삼중수소 외에도 30개 핵종이 각각 수십만㏃에서 수억㏃까지 배출되었지만, 평가에서 제외되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삼중수소는 생물학적농축계수가 1인 데 비해 Co-60은 수백배, C-14는 수만배에 달한다. I-129는 농축계수가 10에 가깝지만, 피폭 환산계수는 삼중수소보다 104만큼 크다. 따라서 ALPS로 처리하여 배출한 뒤 삼중수소만 고려하여 환경영향을 평가하면 사실과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사고 원전 잔해에서도 방사능이 매일 여과 없이 배출된다. 일본원자력자료정보실(CNIC)은 2023년 8월 후쿠시마 원전에서 2023년 5~6월, 1개월 동안 70억~96억㏃의 Cs-137이 배출됐다는 조사자료를 발표했다. 이는 ALPS 처리수에서 배출되는 Cs-137의 2000배를 초과하는 양이다. 전 베타(Total Beta)도 2500억~2900억㏃이 배출되어 ALPS 처리수에 포함된 전 베타 배출량의 90배를 초과한다. 사고 원전에서 배출되는 이러한 방사능을 환경영향평가에서 제외하면 추가적인 저평가의 요인이 된다. 배출된 삼중수소가 바다에서 균일하게 확산, 분포한다고 가정하는 것도 환경영향을 저평가하는 요인이다.
1000개가 넘는 오염수 탱크 중 이제 겨우 12개를 비웠다고 한다. 해체 폐기물 저장공간 확보를 위해 핵폐수를 배출한다지만, 막상 해체는 지연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1, 2호기 수조에 저장된 1000개의 사용후핵연료는 폭발 잔해와 고방사능으로 아직도 제거하지 못하고 있으며 원자로 아래에 녹아 떨어진 880t의 핵연료 잔해에 대해서는 ‘제거하려는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 지하수로 인해 발생하는 핵폐수를 수백년 계속 버려야 할 수 있지만, 환경영향 저평가로 여론을 호도하며 핵폐수를 배출하여 계속 지구를 오염시키는 무리수만 두고 있다. 단지 주권을 이유로 한 일본의 이러한 무책임한 행위는 누구에게도 지지받을 수 없다. 조속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협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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