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 드라마와 게임의 형식을 결합한 ‘성세천하: 여제의 탄생(이하 ‘성세천하’)’은 초고화질 영상과 스릴 넘치는 스토리로 인터랙티브 게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9월 9일 첫 출시 이후,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통계에 따르면, 성세천하는 출시 단 10일 만에 미국 iOS 캐주얼 게임(유료) 랭킹에서 5위 안에 진입했다. 약 20일이 지난 이후에는 전 세계 여러 국가 및 지역에서 랭킹 TOP 3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며 순위가 계속 상승했다. 게임 출시 12일 만에 전 플랫폼 누적 판매량이 100만 건을 돌파하기도 했다. 한국의 경우, 게임 스트리머들이 유튜브에 올린 게임 실행 영상을 통해 본격적인 유입이 늘어나며 입소문을 탔다.
성세천하는 중국의 게임 개발사 뉴 원 스튜디오(New One Studio)가 개발한 시네마틱 인터랙티브 FMV(Full Motion Video) 장르의 게임이다. 중국 역사상 유일의 여성 황제인 측천무후의 궁중 생존기를 중심으로, 실사 영상과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각기 다른 스토리가 펼쳐진다. 역사적 사실에 창의적인 각색을 더한 스토리 속에서, 플레이어는 중요한 순간마다 등장하는 선택지 결정을 통해 전개와 결말을 바꾸는 등 자신만의 스토리를 완성할 수 있다.
1) 중독성과 몰입감: 실사 숏폼 드라마+인터랙티브 게임
앞서 언급했듯, 성세천하는 측천무후를 모티브로 한 주인공이 궁중 암투 속에서 생존하는 스토리를 바탕으로 전개된다. 기존의 서사형 인터랙티브 게임과 달리, 성세천하는 세계관을 길게 설명하지 않고 게임 시작과 동시에 생사를 결정하는 선택지가 주어진다. 단 한 번의 선택으로 바로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는 쫄깃한 긴장감이 이 게임을 지속하게 하는 힘이다. 선택에 따라 스토리 전개가 시시각각 바뀌기 때문에, 플레이어별로 각자 경험하는 내용 역시 달라진다. 덕분에 게임 출시 이후 SNS를 중심으로 게임 속 남녀 주인공의 에피소드와 스토리 관련 밈에 관한 언급이 증가, 새로운 유입을 이끌어내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지 업계는 성사천하가 숏폼 드라마의 논리와 인터랙티브 게임의 특성을 결합해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한다. 극적인 반전과 자극적이고 중독적인 스토리로 빠르게 전개되는 숏폼 드라마의 틀을 인터랙티브 게임에 적용, ‘조작 가능한 숏폼 드라마’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는 얘기다.

성세천하는 총 1200분에 달하는 분량, 400개 이상의 선택지를 통해 뻗어나가는 수많은 스토리 라인을 제공한다. 제한된 시간에 수행해야 하는 빠른 의사결정과 높은 사망률로, 플레이어는 반복된 시도 속에서 생존 방향을 모색하며 숏폼 드라마의 강렬한 감정적 충격을 경험한다.
그밖에도, 게임 성세천하는 4K 초고화질 실사 영상으로 촬영돼 사실적인 영상미와 정교한 역사적 디테일을 자랑한다. 현지의 실제 배우가 모든 스토리를 촬영했다는 사실도 관전 포인트. 지난 2023년 5월, 배우 캐스팅 작업에 착수해 2024년 1월부터 촬영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세천하에는 주로 숏폼 드라마에 출연하는 신예 배우들이 대거 등장하는데, 게임의 인기에 힘입어 배우들의 인지도도 급상승했다. 특히 이태 역의 배우 야오츠(姚弛)는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2) 한계점과 아쉬움: 한정된 선택지+중국풍 메커니즘
시네마틱 인터랙티브 게임의 새로운 지평을 연 것은 사실이나,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숏폼 드라마의 틀을 적용한 성세천하는 숏폼 드라마의 한계점도 갖고 있다. 빠른 템포는 집중력을 높이지만, 스토리 층위 확장에 한계가 있다는 단점으로 작용한다. 또한 높은 사망률과 선택지의 폭이 좁은 탓에 ‘나만의 스토리’를 만드는 데도 제한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숏폼 드라마 특유의 ‘빠른 템포의 소비형 콘텐츠’와 ‘깊이 있는 서사’ 사이의 균형점을 어떻게 잡아나갈 것인가가 향후 과제로 꼽힌다.
실사 촬영을 택했기 때문에 선택지의 제약은 어쩔 수 없는 결과라는 의견도 나온다. 시네마틱 인터랙티브 게임은 갈래갈래 뻗어나가는 여러 가지의 다양한 전개가 필요하므로, 같은 장면에서 다른 감정과 결말을 반복적으로 촬영해야만 한다. 단순한 그래픽 처리가 아니라, 다양한 장면을 실사로 촬영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풍 메커니즘도 중요한 키워드다. 성세천하의 경우, 이 메커니즘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사례이기도 하다. 측천무후라는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삼은 덕분에 어느 정도는 역사적인 사실을 따라가는 스토리가 펼쳐진다. 해당 게임에 흥미를 가진다면, 자연스럽게 중국 역사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역사적 사실과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아도, 중국사 서사의 필연성과 신분 논리, 운명론적 구조를 인터랙티브 게임으로 재현했다.
문제는 이 중국풍 메커니즘이 과하면, 타 문화권 플레이어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다. 기존에도 드라마를 비롯한 중국 콘텐츠 가운데 자국의 문화와 기술력을 과하게 선전하는 듯한 분위기를 풍기는 경우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사례가 많았다. 성세천하의 경우 의상과 관련해 동북공정 의혹이 일고 있다. 게임의 한 장면에서 배우가 착용한 옷에 한국 전통의상 특유의 ‘동정’이 사용된 게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동북공정 논란은 역사문화와 직결돼 중국 드라마 한국 진출의 주요 걸림돌로 꼽힐 만큼 민감한 문제다.
이 같은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성세천하는 초고화질 실사 화면과 빠른 템포로, 짧은 시간 안에 숏폼 드라마 특유의 긴장감과 몰입감을 선사하며 인터랙티브 게임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일명 드라마 덕후와 게임 플레이어를 모두 사로잡는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한 셈이다.
성세천하가 중국 국내외에서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두면서 속편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성세천하 속편은 이미 제작에 돌입, 후반 작업을 진행 중이다. 중국 드라마와 게임이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지금, 시네마틱 인터랙티브 게임 성세천하의 성공이 향후 중국 콘텐츠의 향방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홍성현 차이나랩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