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스포츠 다목적 자동차(SUV) 시장의 패권을 쥐고 있는 BMW가 올해까지 5년 연속 수입 SUV 판매량 1위 자리를 꿰찰 것으로 전망된다. 꾸준한 인기의 비결은 단일 트림 기준으로 수입 SUV 중 가장 많이 팔린 중형 SUV X3의 판매 호조 덕분으로 풀이되고 있다.
29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BMW는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총 2만1985대의 SUV를 판매해 메르세데스-벤츠를 5013대 차이로 제치고 브랜드별 국내 수입 SUV 판매 순위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수입 SUV 시장 1위 브랜드는 2019년까지 메르세데스-벤츠의 몫이었으나 2020년부터는 왕좌의 주인이 BMW로 바뀌었다. BMW가 수입 SUV 시장의 패자로 군림할 수 있던 효자 모델은 중형 SUV인 X3다.
지난 2003년 1세대 모델이 등장한 X3는 2004년 국내 수입차 시장에 처음 출시된 이후 20년간 누적 판매량이 4만1409대에 이른다. 글로벌 누적 판매량이 350만대를 넘어서는 등 세계적으로도 인기를 증명한 차이기도 하다.
KAIDA 회원사 모델을 기준으로 올해 국내 수입차 시장내 전체 트림 누적 판매량을 살펴보면 5개 트림의 모델을 내놓은 BMW X3는 4241대가 팔렸다. 경쟁 차종인 메르세데스-벤츠 GLC가 4401대(총 4개 트림) 판매된 것을 고려하면 다소 적은 수치다.
다만 트림별로 판매량을 세부 분류하면 X3가 가장 많이 팔렸다. X3의 주력 트림인 2.0 모델은 올해 3512대가 판매돼 X3 전체 판매량에서 82.8%의 비중을 차지했다. X3의 뒤를 이어 많이 팔린 수입 SUV는 볼보의 XC60 B5로 2891대가 판매됐다.
X3는 지난해 연간 총 5037대가 판매됐다. 최고치를 찍었던 2022년의 6577대에 비하면 판매량이 다소 줄어들었으나 올해 X3가 월 평균 500대 안팎 정도 판매된 점을 고려한다면 올해 판매량은 지난해의 성과를 넘어서 연간 5000대 후반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BMW SUV의 원조 인기 모델은 X5였다. 그러나 2010년대 이후부터는 X3로 인기의 무게가 쏠렸다. X5를 타기에는 차의 덩치나 가격이 다소 부담된다는 시각이 커지면서 중형 SUV이면서도 럭셔리한 느낌이 강한 X3가 주목을 받았다.
X3의 인기 비결은 역동적인 주행 성능과 고급스러우면서 SUV의 정석을 그대로 지킨 디자인의 우수함, 크지 않은 덩치에도 우수한 공간 효율성, 첨단 주행 보조 시스템 등이 조화를 이룬 덕분이라는 해석이 뒤따른다.
특히 가격 접근성 측면에서도 경쟁 차종보다 저렴하다는 점도 판매량 증가의 요인으로 해석되고 있다. 엔트리 트림의 정가 기준으로 BMW X3 2.0은 7000만원이고 메르세데스-벤츠 GLC300 4매틱 아방가르드의 가격은 7990만원으로 X3가 약 1000만원 저렴하다.
수입 중형 SUV 시장의 인기를 주도하고 있는 X3 흥행의 바통은 새롭게 출시될 4세대 완전 변경 신차가 이어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4일부터 사전 예약을 시작한 신형 X3는 3세대 모델보다 차체를 키우고 고급스러우면서 강렬한 디자인을 반영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국내 시장에 내놓는 모델을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 탑재 모델로 채웠다는 점이 돋보인다. 풀 하이브리드는 아니지만 마일드 하이브리드는 최근 수입 하이브리드 시장의 대세로 거듭나고 있다.
4세대 X3는 올해 말부터 국내 시장에 본격적으로 판매될 예정이다. 따라서 이달 중순에 먼저 국내 시장에 출시된 메르세데스-벤츠 GLC 2025년형과 수입 중형 SUV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