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본에서 통일교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

2025-10-23

“당신의 불행은 조상 탓이다. 운이 트이는 물건이 도움된다.”

이런 말로 ‘개운’의 항아리나 도장을 고가에 판매한다. 이른바 ‘영감 상법’이다. 일본의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약칭 통일교)의 신도들이 물건을 파는 방식이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놀랍게도 1980~90년대 일본에서 횡행했다. 이후 ‘특정상거래법’ 개정으로 규제가 강화되자 영감 상법이 막힌 이들은 다른 활로를 모색한다. 바로 신도들의 헌금과 기부다.

가정연합의 ‘세계공적자산백서(2013)’를 보면 일본의 부동산만 책 한 권 분량이다. 대부분은 ‘기부’로 취득한 것으로 표시되는데 땅이나 건물, 혹은 살던 집까지 바친 경우들도 있다. 일본 교단은 2009년, 기업에서나 볼 법한 KPI(핵심 성과지표)까지 도입했다. 일본 전역을 12개 교구, 280여 세부 지회로 나눈 뒤 월별, 연간 평가를 시작한다. 각 교구의 목회자들이 고평가를 받기 위해선 이른바 배점이 큰 ‘부흥’ 항목에서 고득점을 따야 했다. 부흥은 헌금이나 기부를 얼마나 거둬들였는지를 평가한 항목이다. 2011년 내부 평가표엔 10교구인 시코쿠(四国)가 1위를 달성했는데, 부흥 항목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했다.

이렇게 교단이 일본에서 거둬들인 액수는 공식 확인된 것만 실제로 매년 수천억원에 달했다. 올해 도쿄지방법원이 교단에 대해 해산 결정을 낼 당시 재판 자료에 나온 액수로 2015~2022년 연평균 3800억원, 8년간 3조원에 달했다. 일본 언론들은 매년 수천억원이 한국으로 송금됐다는 의혹을 제기해오곤 했는데, 정확한 송금 규모는 파악되지 않았다. 현재 일본에선 해산 결정 재판 외에도 신도들이 낸 집단 소송이 진행 중이다. 한국 수사를 통해 교단이 돈을 어떻게 취득해 써왔는지와 위법성이 드러날 경우 소송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2022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총격 암살 사건도 교단과 무관치 않다. 암살범은 전 재산을 교단에 바친 모친 때문에 집안이 망하자 교단과 관계가 깊다고 의심한 아베 전 총리를 암살했다고 주장했다. 범인에 대한 형사 재판은 이달 말부터 열린다. 변호인 측은 이 사건은 ‘종교적 학대’에서 비롯된 것이라 주장을 펼칠 예정이다. 부모가 종교에 깊이 빠져 가정을 소홀히 한 탓에 교단에 원한을 갖게 된 것이라는 취지로 아베 총리에 대한 ‘정치적 테러’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범인의 모친도 재판 증인으로 채택됐다. 한국에 이어 일본의 이목도 통일교에 집중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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