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entials: 퍼블릭 하우싱 스케이트 팀 블라디

2024-10-14

‘공공주택 스케이트 팀’으로 직역되는 퍼블릭 하우싱 스케이트 팀(이하 PHST)은 론과 블라디가 함께 설립한 스케이트웨어 브랜드다.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브랜드의 시작은 화려하지 않았다. 2016년 브롱스 건힐의 한 공공주택에서 탄생한 브랜드는 훗날 에이셉 라키가 애용하고, 슈프림 뉴욕 매장에서 취급하는 브랜드 중 하나에 등극하며 스트리트웨어 신에서 인지도를 쌓는다. 일각에서는 PHST의 오늘을 초창기 시절의 슈프림에 빗대기도 한다. 슈프림과 같은 뉴욕 태생이라는 점은 물론, 동류의 브랜드를 능가하는 수준의 과감함이 그 근거일 터.

이처럼 PHST의 행보는 단연 독보적이다. 많은 브랜드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팝업을 열 때, PHST는 미국 ‘후드’의 문화 중 하나인 주사위 도박 대회를 주최한다. 억울하게 체포된 브롱스 공공주택 거주자의 머그샷을 프린팅한 스케이트보드 덱, 사격장에서 수급한 실제 탄피를 주렁주렁 단 팬츠도 오직 PHST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도전적인 제품들이다.

그리고 브랜드의 공동 창립자, 블라디의 삶은 브랜드의 ‘러프’한 무드에 설득력과 진정성을 더한다. “우리가 현실적으로 택할 수 있는 길은 많지 않았어요. 주변을 보면 마약상, 래퍼, 농구선수 외의 선택지는 없는 것 같았죠. 저는 그게 싫었어요. 그래서 저와 PHST의 공동 창립자 론은 당시만 해도 백인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스케이트보드와 예술을 하기로 결심했고, 결국 여기까지 왔어요.”

블라디는 그렇게 자신의 성장 배경을 브랜드에 여실히 녹여냈다. “‘후드’는 저소득층 소수 집단 가구가 모여 사는 동네를 뜻해요. 주거환경은 좋지 않고, 거리는 위험하죠. 하지만 후드에는 아름다운 면모도 있어요. 모두가 서로를 알기 때문에 저희만의 독특한 이야기와 문화가 꽃 피우거든요.”

외부에는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 현지인들만의 이야기. PHST는 자신들이 직접 보고 겪은 일들을 옷과 스케이트보드 덱에 여과 없이 녹여낸다. 그리고 때때로 현실은 허구보다도 더 허구적이다. “예전에 할렘의 공공주택에서 호랑이가 발견되는 사건이 있었어요. 알고 보니 사육사가 되는 게 꿈이었던 한 남성이 아기 호랑이를 몰래 들여와 키웠다고 하더라고요. 그 이야기를 듣고 우리는 사건의 보도 사진을 그래픽으로 활용했어요. 그 이미지에 마치 ‘개천에서 용 난다’ 식의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느꼈거든요.”

대부분에게는 황당한 사건에 그쳤겠지만, 블라디는 그 속에서도 꿈과 도전의 메시지를 찾아냈다. 그리고 그는 이제 자기 브랜드의 이름과 메시지를 더 넓은 세상에 알리기 위해 세계를 여행하는 중이다. 근 몇 주 사이에만 부산과 홍콩, 도쿄에서 팝업을 열었다. 그리고 그가 이번에 택한 행선지는 서울. <하입비스트>는 블라디를 만나 그의 취향이 담긴 아이템과, PHST의 가장 상징적인 제품을 살펴봤다.

펠레 펠레 x PHST 재킷

최근에 발매한 펠레 펠레와의 협업 재킷이에요. 제가 먼저 협업하자고 연락했는데, 브랜드 측에서 흔쾌히 수락해서 순조롭게 진행됐어요. 제 브랜드에 관해 설명할 필요조차 없었어요. 아무튼 무게와 자수, 라인스톤 디테일 전부 마음에 드는 제품입니다.

‘브롱스 프리덤’ aka ‘브로큰 체인’ 팬츠

이건 2016년 브랜드 런칭 때부터 꾸준히 발매하고 있는 제품이에요. 틀을 깨고 창의성을 발휘하자는 의미를 담아 부숴진 체인의 모습을 자수로 표현했는데, 디테일이 예상보다 더 입체적으로 완성돼서 만족스러웠어요.

바느질 키트

PHST의 대표 제품 중 ‘불렛 팬츠’라고 수십 개의 탄피를 단 바지가 있어요. 이 키트는 원래 그 바지에 탄피를 꿰맬 때 썼어요. 이제는 쓸모가 없어졌지만요. 서울에 오기 전에 일본에 갔는데, 공항 검색대에서 불렛 팬츠에서 실탄 두 발이 발견되는 바람에 제품을 압수당했거든요. 더 크게 번질 수도 있었던 일이지만, 다행히 잘 해결되어서 서울에 무사히 올 수 있게 됐어요(웃음).

열쇠꾸러미

키체인에 여러 가지 열쇠와 스케이트보드 모양 병따개 등을 달았어요. 특히 제게 가장 각별한 의미를 갖는 건 저 병따개에요. 어렸을 적 제가 스케이트보드 타는 걸 응원했던 유일한 친구, 윌리가 선물해 준 거거든요. 최근에 윌리가 하늘나라로 떠나서 이제 더 소중하게 간직하려고 해요.

럭스 그릴즈 x PHST ‘불렛 홀’ 그릴즈

<매트릭스> 영화의 ‘총알 피하기’ 장면에서 착안한 디자인이 각인되어 있어요. 그릴즈는 미국 남부 힙합의 문화이지만, 저는 잘 끼고 다녀요. 남부 힙합 문화도 x나 멋지거든요.

‘G 브라운’ 벨트

실제 권총 홀스터를 활용해 만든 벨트예요. 벨트 스트랩으로는 카메라 스트랩을 달아서 산탄 총알을 넣을 수 있게 했죠. 소개하다 보니 총기와 관련된 제품이 많은데, 저는 총기 사용을 옹호하지 않아요.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습니다. 제가 자란 동네의 이름이 ‘건힐’인 것도 있고, 폭력적인 물건을 창작의 재료로 탈바꿈시켜 보자는 의미에서 이런 제품을 만들고 있어요.

자물쇠 벨트

벨트로 안 보이겠지만, 실제로 착용할 수 있는 벨트입니다. 편의성을 위해 시중에서 판매하는 주택용 자물쇠 중 가장 가벼운 모델을 활용해서 만들었죠. 조만간 여기저기에서 볼 수 있을 거예요. 한 한국 대형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하나를 주문했고, 에이셉 라키도 조만간 공개될 콘텐츠에서 이 벨트를 차고 나오기로 했거든요.

인스톨레이션 1985 x PHST 팝업 기념 스케이트보드

최근에 도쿄에서 진행한 인스톨레이션 1985 협업 팝업을 기념해 만든 스케이트보드예요. 덱 후면에는 제가 직접 적은 글씨가 적혀있죠. 아무튼 정말 재밌는 행사였어요. 브랜드 공동 창립자 론과 제 친구 닐이 그린 그림을 전시했어요.

주사위

이 주사위는 제 출신 배경을 잊지 말라는 의미를 담은 부적 같은 물건이에요. 제가 자란 동네에서는 주사위 도박이 일상이었거든요. 또, 무엇이든 성취하려면 기꺼이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는 메시지도 있어요.

소니 A7S II 카메라

스케이트보드 필름을 촬영하는데 쓰는 카메라에요. 신식 카메라지만, 빈티지 소니 핸디캠의 스트랩을 달아 빈티지 카메라에 대한 존경을 표했어요.

스케이트 툴 & 펜치

스케이트 툴과 펜치는 저에게 꼭 필요한 아이템이에요. 스케이트보드든, 주얼리든, 뭐든지 잘 부숴서 고쳐야 할 일이 많거든요.

맥북 프로

2015년쯤에 구매한 맥북 프로인데, 아직까지 잘 사용하고 있어요. 옆에는 요즘 애플 제품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CD 롬도 있어요. 브랜드의 첫 번째 그래픽부터 최신 컬렉션의 그래픽까지, 모두 이 컴퓨터에 담겨 있어요. 많은 추억이 담긴 제품입니다.

블라디의 여행 키트

혼자서 아시아 지역 국가를 돌면서 팝업을 열고 있는데, 이 아이템들은 이 긴 여정에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물건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향수는 로스앤젤레스에서 구매한 르 라보 향수고, 그 옆의 헤어 오일은 늘 챙겨 발라요. 나중에 드레드록을 따려고 머리를 기르고 있거든요. 그리고 슈어 블루투스 이어폰은 여행할 때와 스케이트보드를 탈 때, 모두 유용한 제품이에요.

듀렉

2018년에 만든 듀렉이에요. 거의 매일 쓰고 다니는데도 아직 멀쩡한 걸 보니, 정말 잘 만든 거 같아요.

팀버랜드 6인치 워커 부츠

뉴욕 스트리트 패션을 상징하는 아이템, 팀버랜드 부츠입니다. 옆에 단 건 어머니가 쓰던 빈티지 반다나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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