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미술 아버지’ 세잔이 반한 곳…4.5㎞ 화폭을 걷다

2025-10-23

프랑스 여행 일타강사 - 엑상프로방스

남프랑스 여행의 주제는 예술과 미식이다. 프랑스 어디를 가나 음식과 예술을 자랑하지만, 남프랑스는 격이 남다르다. 이를테면 프로방스 지방의 ‘엑상프로방스(Aix-en-Provence, 이하 엑스)’는 현대 미술의 아버지라 불리는 폴 세잔(1839~1906)의 흔적이 오롯한 도시다. 지중해와 내륙 지방의 신선한 먹거리로 만든 음식을 맛보고, 야외 미술관을 방불케 하는 이색 와이너리도 경험할 수 있다.

거리 곳곳 세잔의 흔적

엑스는 세잔의 도시다. 세잔은 20대 파리 유학 시절을 빼고는 평생 엑스에서 살았다. 엑스에는 화가의 흔적을 되짚는 걷기여행 코스 ‘세잔의 길(4.5㎞)’이 있다. 프랑스 정부가 역사기념물로 지정한 길이다. 세잔의 길은 도심 한가운데 자리한 ‘로통드 분수’에서 시작한다. 분수 앞에 세잔 동상이 서 있고, 바로 뒤에 관광안내소가 자리한다. 한국어 지도도 갖췄으니 꼭 들러보자.

엑스에는 분수가 많다. 한때 1000개가 넘었다는데 지금은 200개만 남았다. 지역 가이드 루시 칸니자로는 “예부터 물이 풍족해 물·온천을 뜻하는 ‘엑스(Aix)’가 도시 이름이 됐다”며 “재미난 모양의 분수가 많아서 분수 순례도 인기”라고 소개했다.

세잔의 작품이 많은 ‘그라네 미술관’, 세잔의 아버지가 가족을 위해 산 저택 ‘바스티드 뒤 자스 드 부팡’, 언덕 위의 세잔 작업실은 엑스 세잔 투어의 필수 코스다. 세잔 저택과 작업실은 11월 2일까지만 개방하고, 내년 상반기 다시 문을 연다. 홈페이지에서 예약해야만 방문할 수 있다.

세잔은 미술사에 획을 긋는 명작을 숱하게 그렸다. 사과 정물화는 미술 교과서에서 많이 봤을 테다. 산 그림도 기억한다. 그 산이 ‘생트 빅투아르 산’이다. 만년의 세잔은 엑스 동쪽에 우뚝 솟은 해발 1011m 높이의 생트 빅투아르를 그리는데 천착했다. 작품 수만 약 90점에 달한다. 세잔 작업실 인근의 작은 공원 ‘화가들의 들판’을 찾아가면, 화폭 속 생트 빅투아르가 눈앞에 펼쳐진다.

여의도 맞먹는 초대형 포도밭

엑스는 와인도 유명하다. 도시 외곽에 고급 로제 와인을 생산하는 와이너리가 수두룩하다. 그중에서 유기농 와인이 유명한 ‘샤토 라코스트(Chateau La Coste)’는 꼭 가봐야 한다. 여의도와 맞먹는 면적(2.2㎢)의 초대형 포도밭인데, 곳곳에서 세계적인 건축·미술 거장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입장권(15유로)을 사서 들어가면,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아트센터 건물과 연못에 떠 있는 루이스 부르주아의 거미 조각상이 한눈에 들어온다. 장 누벨이 설계한 와인 저장소, 프랭크 게리가 지은 야외 음악당 등 세계적인 건축 거장의 작품은 물론이고 한국 화가의 작품도 볼 수 있다. 포도밭 언덕 맨 위쪽, 실내 면적이 두세 평 남짓한 작은 주택에 이우환의 대표작 ‘다이얼로그’ 한 점이 전시돼 있다.

엑스에는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도 수두룩하다. 도시 변두리에 자리한 ‘라 바스티드 부르렐리(La Bastide Bourrelly)’ 호텔의 미쉐린 1스타 식당을 가봤다. 파리의 1스타 레스토랑보다 저렴했고, 분위기가 무겁지 않았다. 5개 코스 메뉴 150유로(약 24만원), 코스마다 페어링 하는 와인 5잔이 85유로(약 13만원)였다.

메인 요리인 아귀구이가 단연 돋보였다. 프로방스 전통 염소 치즈 ‘바농(Banon)’도 특별했다. 밤나무 잎에 감싸 숙성한다는데 쿰쿰하면서도 신선한 맛이 로제 와인과 잘 어울렸다.

프랑스 여행 일타강사-어느 패키지여행 상품에도 없고 어느 가이드북에도 없는, 여행의 기술을 꾹꾹 담았습니다. 한 번 가면 반드시 더 가는 여행지, 프랑스 개별자유여행의 핵심 꿀팁을 총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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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상프로방스(프랑스)=글·사진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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