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에 나비 한 마리가 등장한다. 나비의 배경이 되는 노란색 물결은 노란색 장미가 가득 핀 정원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축제를 즐기는 나비의 자유로운 유영이다. 또 다른 작품에도 나비가 등장한다. 그런데 배경이 좀 다르다. 이번엔 실루엣으로 표현된 빌딩숲이다. 나비의 날개도 불안정하다. 한쪽 날개가 붉은 태양에 그을린 듯 보인다. 자유로운 날갯짓이 아닌 자유를 갈구하는 몸짓이다. 작품마다 등장하는 나비는 작가 자신일 수도, 관람자일 수도, 누구라도 될 수 있다. 각각의 상황이 다를 뿐이다. 작가는 그 상황들에 대해 관람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류일지 개인전 ‘축제-유희’가 전주 교동미술관 2관에서 26일까지 열린다. 구상 위주로 선보였던 이전과는 달리 반구상 작품이 주를 이룬다. “그간 대상을 보며 그려왔지만 어느 순간 부족하고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며 “본 것을 그리는 것보다 느낀 것을 그리는 것이 보다 나답다는 생각이 들어 요즘은 형태를 흩뜨리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장에 출품한 작품들은 ‘축제-유희’가 주를 이루지만, 최근 집중하고 있는 ‘축제-새로운 시작’도 함께 선보이고 있다. 지난 2020년부터 제작한 ‘축제-유희’ 시리즈는 꽃과 축제의 생동감을 나비의 섬세하면서도 지속적인 은유를 통해 담아내고 있다.
그에 비해 지난해부터 기후위기에 대한 각성으로 시작된 ‘축제-새로운 시작’ 시리즈는 올해 들어 작품의 주요 소재로 채택되고 있다. 전체적으로 추상형태의 원형과 사각형 등 복합적 도형의 형태를 겹치거나 교차시켜 공간적 거리와 시간의 깊이감을 표현하고 있으며, 원시 지구의 혼돈과 현대 도심속 비정형적 풍광을 4차적 시각으로 그려내고 있다.
두 시리즈 모두 결국은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축제를 즐기자는 것으로, 의미는 일맥상통한다.
류일지 작가는 “인간의 자성과 성찰을 통해 미래 세대에 물려줄 지구는 꽃과 나비와 사람이 서로 어울려 일상이 축제인 것처럼 살아가는 깨끗하고 푸른 모습이어야 한다”며 “앞으로도 ‘축제-새로운 시작’이란 테마의 작업을 통해 건강한 지구에 대한 염원을 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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