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통상 협상을 벌이고 있는 정부가 농축산물 수입 장벽을 일부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산 사과나 베리류를 수입하고 쌀 저율관세할당(TRQ) 확대 등 농축산물 시장을 추가로 개방하는 대신 미국으로부터 자동차·철강 등 관세 인하를 받아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모든 협상에서 농산물이 고통스럽지 않았던 적이 없고 그래도 산업 경쟁력을 강화됐다”며 “농산물 부분도 지금은 전략적인 판단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민감한 부분은 지키되 전체적인 협상의 틀에서 고려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도 덧붙였다. ★본지 7월 5일자 8면 참조
여 본부장의 발언은 이번 협상에서 농축산물 시장 개방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특히 농산물 검역 절차는 미국이 수 년째 국가 별 무역장벽(NTE) 보고서를 통해 지목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주요 비관세장벽 중 하나다. 대표적으로 사과의 경우 미국은 1993년 우리나라에 사과 수입 위험 분석을 신청한 바 있으나 33년째 8단계 검역 절차 중 2단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현재 13만 2304톤 수준인 미국산 쌀 TRQ 물량을 확대하는 방안도 중점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수입산 쌀 의무 수입 물량은 총 40만 8700톤으로 이중 미국산 쌀 비중은 중국(15만 7195톤)에 이어 2위인데 이 비중을 늘리는 식이다. 축산물 분야의 경우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3월 발간한 2025년 NTE 보고서에서 “한국의 30개월령 미만 미국산 소고기 수입 제한 조치는 16년 동안 유지되고 있다”며 “연령에 관계 없이 소고기 패티·육포·소시지 등 소고기 가공 제품에 대한 수입도 금지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여 본부장은 “이제 남은 20일 남짓한 기간은 우리에게 선택과 결정의 시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여 본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참여 여부에 대해서는 당장 협상할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투자를 결정하기 위한 기초 자료들이 현재로서는 없는 상황”이라며 “투자 결정을 하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점을 미국 측도 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미국이 상호관세 부과일로 못 박은 8월 1일이라는 기한에 쫓겨 미국에 과도하게 양보하는 협상은 하지 않겠다고도 강조했다. 여 본부장은 “시간 때문에 실리를 희생하는 협상은 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영국처럼 원칙적인 합의를 한 뒤 이후 계속 세부 내용을 협상하는 방식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에 가서 협상하려면 대내적으로 관계부처 및 이해관계자와 협의 하고 협상안을 만들어 맨데이트(전권 위임)를 받아야 한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안을 충실히 만들어 랜딩 존(착륙 지점)에 도달할 수 있다고 판단될 때 다시 한번 미국으로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