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남성을 부를 호칭이 마땅치 않을 때 흔히 쓰는 말은 ‘사장님’이나 ‘선생님’이다. 여성들은 대충 ‘사모님’ ‘여사님’으로 퉁치기 마련이다. 이 호칭은 여성 직원이 많은 식당에선 ‘이모’가 된다. ‘여기요’ ‘아줌마’라고 부르면 정 없고 무례하게 들릴까봐 이렇게 부른다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이런 호칭이 ‘언니’ ‘이모’ 등으로 부르는 것보다는 우리말 예절에 부합한다.
당사자들이 싫다는데도 이모는 아줌마를 대용하는 사회적 용어로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집안에서 가사·육아일을 하는 여성 노동자를 ‘이모님’으로 부른 지는 제법 됐다. 부모 입장에선 내 아이를 진짜 이모처럼 돌봐달라는 생각도 깔렸을 테다. 알다시피 이모님은 직업을 나타내는 명칭이 아니다. 존중을 담은 마법의 단어 같지만, 성역할 고정관념과 가사노동에 대한 낮은 인식이 반영돼 있다. 이런 문제의식이 꾸준히 제기되자 고용노동부는 지난 8월 가사노동자를 ‘가사관리사’로 부르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가사노동자 호칭은 식모·가정부·파출부·가사도우미·이모님을 거쳐 가사관리사에 이르렀다.
당시 언론도 이 소식을 보도했다. 정작 언론에서 이 호칭을 제대로 쓰지 않은 모양이다. 지난 9월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으로 입국한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을 ‘필리핀 이모님’이라고 표현한 신문사 11곳이 지난달 한국신문윤리위원회에서 ‘주의’ 조치를 받았다. 호칭도 문제지만, 특정 국가명을 붙여서 필리핀에 대한 이미지를 잘못 전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언론이 분명히 반성해야 할 잘못이다.
누군가는 ‘호칭이 바뀐다고 대접이 달라지겠느냐’고 묻는다. 호칭이 사회 인식을 담는 그릇이란 점을 감안하면, 달라질 수 있다. 직업 관련 호칭은 더더욱 그렇다. ‘청소부’를 ‘환경미화원’으로, ‘때밀이’를 ‘목욕관리사’로 고쳐 부르는 것은 직업에 관한 부정적 이미지를 없애자는 시도였다. 만일 내가 ‘이모님’이라고 부르는 가사관리사가 나를 ‘사모님’ ‘사장님’ 대신, ‘아줌마’ ‘아저씨’라고 부른다면 싫지 않겠는가. 가사관리사님, 처음엔 어색할 수 있다. 언론이 자꾸 바꿔 부르고 돌봄노동의 가치를 외치면, 이모님은 지워지고 가사관리사가 자리 잡는 시대가 찾아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