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논리 알면 대비할 수 있다

2025-02-05

도널드 트럼프는 대뜸 계엄령부터 날리고 보는 정치인은 아니다. 우악스러워 보이는 말과 행동 역시도 보수 싱크탱크와 학계의 논리 개발, 캠페인 등을 거친 뒤 치밀한 계산 끝에 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출생시민권(미국에서 태어나면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는 제도)을 행정명령으로 뒤집겠다는 시도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 언론에선 ‘이민자를 내쫓으려는 반헌법적 정책’으로 다뤘지만, 미국 일부 보수 법학자들의 오랜 도전 과제 중 하나다.

미국 보수 법학자들은 “미국에서 태어나고, 미 정부의 공권력(관할권)에 종속하는 경우에 시민권을 부여한다”는 미국 수정 헌법 14조를 문자 그대로 읽자는 캠페인을 기고문과 출판을 통해 벌여왔다.

핵심은 ‘공권력에 대한 종속’이다. 수정 헌법 14조 개정 당시 상원의원들은 이를 ‘국가에 대한 국민의 정치적·전체적 헌신’으로 규정했다고 한다. 외국인이 미국 교통법규를 따르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복종과 헌신을 하는 때 시민권을 주겠다는 취지라고 미국 보수 법학자들은 해석한다. 태어났다는 이유로만 외국인에게도 무차별적으로 시민권을 주는 제도는 그래서 위헌이라는 결론이다.

트럼프의 법률 책사인 존 이스트먼 전 채프먼 법대 교수는 약 20년 전 기고문에서 “출생시민권은 특정한 땅에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왕에 대한 충성을 요구하는 영국 봉건법의 잔재”라고 꼬집는다.

미국 시민권 정책의 미래는 미국 국민들이 결정할 일이다. 사실 시민권에 대한 보수주의적 해석은 미심쩍은 부분도 있고, 미국 법학계 내에서 소수설에 불과하다. 제럴드 노이먼 하버드 법대 교수는 “출생시민권이야말로 외국인 착취를 영속화하는 카스트 제도를 막을 수 있다”고 반박하기도 한다.

굳이 미국의 시민권 논쟁을 풀어 쓴 건, 트럼프 정치엔 돌발 변수가 적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다. 즉흥적으로 보이는 결정도 미국 사회에서 수십 년간 축적된 논쟁의 한 축에서 파생된 정책이다. 달리 얘기하면 트럼프는 예측 가능한 노선을 달리는 리더란 얘기다. 거친 언사는 노련한 장사치로서 쇼맨십에 불과하고, 정책의 큰 얼개는 미국 보수가 깔아놓은 레일을 질주한다.

대한민국이 ‘트럼프 쇼크’를 슬기롭게 돌파하는 지점은 여기에 있다. 예측 가능한 인물이라면 무섭지 않다. 논리와 역사를 추적한다면 다음 행보에 대비 할 수 있다. 대한민국호가 지금은 격랑에 흔들려도, 트럼프 태풍을 이겨낼 역량은 충분히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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