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여행 갔다가 홍역에 걸려오는 사람이 크게 늘고, 이들이 귀국 후 퍼뜨리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질병관리청이 7일 밝혔다. 홍역은 가장 강한 전파력을 가진 감염병이다.
이날 질병관리청은 해외여행 관련 홍역 환자가 올 1월~이달 3일 총 52명 발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39명)보다 33.3% 늘었다. 환자 중 36명은 해외에서 감염돼 왔고, 다른 16명은 귀국한 해외 감염자들에게서 옮겼다.
해외 감염자 중엔 베트남 여행객(33명)이 압도적으로 많다. 우즈베키스탄·태국·이탈리아 여행자는 각각 1명이다. 한국은 WHO가 2014년 인정한 홍역 퇴치 국가이다. 국내에서 자생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해외에서 걸려온다.
홍역은 세계적으로 유행 중이다. 동남아뿐 아니라 미국·유럽에서도 번진다. 코로나19 시기에 백신을 덜 맞은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집계에 따르면 올 1~3월 156개국에서 3만 9281명(지난해 33만명)이 확진됐다. 베트남이 151명(1~4월)으로 그리 많은 편이 아니다. 인도(4388명)·미국(935명)·필리핀(768명)·중국(577명)·캄보디아(544명)보다 적다.
그런데도 베트남 여행객 감염이 많은 이유는 한국인이 많이 가기 때문이다. 지난해 460만 명이 다녀왔다. 일본(880만 명) 다음으로 많다. 최근 황금연휴에도 많이 갔다 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박영준 질병청 감염병관리과장은 "베트남 여행객이 많은 데다 베트남 출신 다문화 가정이 많은 게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홍역은 1명의 환자가 같은 공간의 100명 중 90명에게 옮길 정도로 강력하다. 바이러스 잠복기가 7~21일(평균 10~12일)이다. 귀국 후 3주까지 언제든지 발병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올해 초 베트남에서 홍역에 걸려온 환자가 입원 치료를 받다가 간호사, 같은 병실 환자 등 5명에게 집단 감염을 일으키기도 했다.
질병관리청은 "5월 연휴에 홍역 유행국을 방문한 후 3주 이내 발열·발진 등의 증상이 있으면 마스크를 착용하고,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아야 한다"며 "의료진에게 해외여행 사실을 알리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감염 초기(3~5일)에 발열·기침·콧물·결막염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 생긴다. 입 안에 회백색 반점(Koplik's spot)이 생기는 게 특징이다. 이 시기의 전염력이 매우 강하다.

감염 후 7~18일 시기에는 홍반성 구진성 발진(땀띠 모양의 붉은 반점)이 목 뒤, 귀 아래, 몸통, 팔다리, 손바닥・발바닥에 생긴다. 심하면 중이염·기관지염·모세기관지염·기관지폐렴 등의 호흡기 합병증을 야기한다. 설사·급성뇌염 등도 생긴다.

홍역은 치료약이 없다. 증상에 맞는 치료(안정, 수분 및 영양 공급)만 해도 좋아진다. 그러나 합병증이 생기면 입원하는 게 좋다. 나을 때까지 매우 힘든 시기를 보내야 한다.
홍역은 백신이 있다. 생후 12~15개월, 4~6세에 백신(MMR)을 맞는다. 52명의 감염자 중 17명이 미접종자, 15명은 접종 여부를 모르고 있었다. 2명은 한 번밖에 맞지 않았다. 한국인도 백신을 덜 맞는 경향이 뚜렷하다.
미접종자나 불완전 접종자(1회만 접종)는 해외여행 2주 전에 백신을 맞는 게 좋다. 생후 6개월~12개월 미만 영아도 마찬가지다. 질병청의 질병보건통합관리시스템에서 자신의 접종 이력을 확인할 수 있다. 2014년 이후 맞았으면 이력을 확인할 수 있지만, 그 이전은 불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면 혈액검사를 해서 확인한다. 성인이라도 1회 맞는 게 좋다. 1967년 12월 31일 이전 출생자는 안 맞아도 된다. 어릴 때 많이 걸려 자연 면역이 생겼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