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부터 암표 판매에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겠다고 예고했지만 인기 공연에서는 여전히 정가의 두 배 이상을 웃도는 암표 거래가 성행하고 있다. 가뜩이나 공연 티켓 값이 오르며 팬들의 부담이 커진 가운데 터무니없는 암표 값은 팬심을 두 번 울리는 셈이다.
1일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당근마켓 등에는 4일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협연하는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 서울 공연 티켓이 다수 암표로 올라와 있다. 정가 45만 원인 R석은 웃돈이 최소 3만원부터 수십 만원 붙었고, 1열은 장당 90만 원까지 가격을 제시한 판매자도 있었다. 정가 36만 원인 S석도 40만 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저가 좌석일수록 웃돈이 더 많이 붙어 정가 10만 원짜리 합창석은 25만~27만 원에 판매 게시글이 올라와 있다.

인기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콘서트 역시 마찬가지다. 12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경기필하모닉 협연 무대의 B석 합창석(정가 3만 원)이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20만~23만 원에 거래되는 사례가 확인됐다. 정가의 7배를 넘는 수준이다. 한 클래식 음악 팬은 “예술의전당 등 클래식 공연장은 규모가 크지 않은 데다 판매 수량도 적어 티켓팅 자체가 힘들다”며 “정가에도 가격이 만만치 않아 선뜻 구매하기 힘든데 터무니없는 암표 값에 아예 관람을 포기한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수만석 규모의 대중가수 콘서트도 예외는 아니다. 25~28일 열리는 성시경 공연의 VIP석(정가 16만 5000원) 티켓은 30만 원을 웃도는 가격에 무더기로 중고나라 등의 사이트에 올라와 있다. 최근 서울 공연의 암표 값이 정가의 두 배를 넘는 경우가 수두룩했던 임영웅의 대전·대구 콘서트 티켓 또한 온라인상에서 웃돈이 붙어 판매되고 있다.
공연기획사들은 본인 확인 절차를 강화하며 재판매를 막으려 애쓰고 있지만 한계가 크다. 현장 수령 시 신분증 확인은 물론 자녀 명의로 예매했을 경우 가족관계증명서까지 요구하는 사례도 나온다. 클래식 공연기획사 빈체로의 한 관계자는 “중고거래 사이트에 과도한 가격으로 올라온 암표는 즉시 신고하고 있다”며 “하지만 현장에서 티켓을 건네받은 뒤 되파는 행위까지 막을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뒤늦게 암표 근절 의지를 밝히고 관련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형사처벌 강화보다 과징금을 대폭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에 콘서트·스포츠 경기 등의 티켓을 부정 판매할 경우 최대 50배의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는 ‘암표 방지법’을 마련했고 개정안은 지난달 2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통과했다.
기존 법은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부정 판매’에만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 규정을 두고 있어 매크로 사용 여부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이 사각지대로 지적돼 왔다. 매크로를 쓰지 않은 암표상은 처벌 근거조차 없었다.
반면 개정안은 매크로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부정 거래로 얻은 이익을 몰수·추징할 수 있고 부정 구매·판매를 신고하면 포상금을 지급하는 조항도 포함했다. 법안은 올해 정기국회에서 최종 의결될 전망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시행령 마련 등을 거치면 실제 단속은 내년 하반기부터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과징금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암표상이 플랫폼을 옮겨가며 활동하는 구조에서 실효성 있는 단속이 병행되지 않으면 피해가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정안은 중고거래 사이트에 ‘부정 거래 글 즉시 삭제’ 의무를 도입할 예정이지만 소셜미디어·텔레그램 등 폐쇄형 채널을 통한 거래까지 완전히 차단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