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오늘날 남명 조식 선생의 상소가 필요하다

2025-11-04

조선 중기의 대학자이자 선비였던 남명 조식(曺植, 1501~1572) 선생은 평생 권세에 굴하지 않고, 백성을 위한 올바른 정치를 간절히 호소한 인물이었다. 그는 천왕봉(天王峯)이 보이는 지리산 자락 덕산에 산천재(山天齋)를 짓고 수많은 제자를 길러내며, 임금에게 올린 여러 상소를 통해 부패한 조정을 바로잡고자 했다. 그의 상소에는 시대를 넘어 오늘의 대한민국에도 울림을 주는 ‘경고(警告)’와 ‘충언(忠言)‘이 담겨 있다.

1555년 명종에게 올린 을묘사직소에서 남명은 “나라의 근본이 이미 무너지고, 하늘의 뜻과 민심이 떠났다”고 한탄했다. 이는 작년 12.3 불법 계엄을 마주했었던 현실과 다르지 않다. 정치는 국민의 신뢰를 잃고, 권력은 국민 위에 군림하며, 사회의 공정은 흔들리고 있다. 서민들은 치솟는 물가와 집값 앞에 하루하루 생계를 걱정하지만, 상류층의 과소비는 더욱 노골적이고, 불법 부동산 투기와 특혜는 끊이질 않는다. 국민의 고통은 깊어가는데, 지도층은 여전히 말뿐인 개혁과 정쟁에 몰두하고 있었던 셈이다. 남명 선생이 지적했던 “말만 번지르르하고 실천이 없는 정치”가 500년이 지난 지금도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남명은 상소에서 “정치는 사람을 올바르게 쓰는 데 달려 있고, 몸을 닦는 것은 도(道)로써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오늘의 공직 사회는 권력 유지를 위한 인사와 줄서기로 병들어 있다. 검찰과 법원은 스스로를 법 위의 존재로 여겨, 같은 죄에도 사람에 따라 다른 판결을 내리고 있다. 남명은 이미 16세기에 “하급 관리의 부패가 나라의 심장을 해친다”고 경고했다. 지금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는 것은 권력형 비리와 사법권력의 기득권, 그리고 국민의 신뢰를 저버린 불공정한 법 집행이다

남명은 또 “군주의 덕성과 인격수양이 정치의 출발이며, 가장 큰 공부는 ‘경(敬)’이다”라고 했다. 경이란 스스로를 경계하며 올바름을 잃지 않는 태도다. 오늘날의 지도자와 정치인들에게 가장 부족한 것이 바로 이 ‘경’이다. 외교에서는 권력자의 논리에 휘둘리고, 경제는 대기업 중심의 성장 신화에 매달려 서민경제의 디플레이션을 방치한다. 청년들은 일자리와 주거 문제로 절망하고, 노년층은 가난과 외로움 속에 살아간다. 이 와중에서 캄보디아 범죄 사기극이 극성을 떨었던 단초가 여기에 있다. 얼마나 슬프고 마음 아픈 사연들이 또 드러날까 두렵기만 하다. 나라는 선진국이 되었지만, 국민의 삶은 갈수록 불안하다.

1567년 정묘년 선조에게 올린 상소에서 남명은 “국가의 형세가 엎어질 듯 위태롭다”며 “나라를 살릴 길은 오직 ‘구급(救急)’ 두 글자뿐”이라고 절규했다. 지금의 대한민국에도 이 ‘구급’의 정신이 절실히 필요하다. 구급이란 단순히 위기를 봉합하는 처방이 아니라, 근본을 바로잡는 개혁의 의지다. 정치가 국민의 신뢰를 되찾고, 사법이 공정의 마지막 보루로 서며, 경제가 사람답게 사는 사회를 만드는 방향으로 돌아서야 한다. 그는 “정치의 목적은 왕과 관료의 안위가 아니라 백성의 평안”이라고 했다. 오늘의 민주사회에서 이 말은 “정치는 국민의 삶을 위한 것”이라는 뜻으로 다시 읽힌다.

500년 전 한 선비의 상소가 지금도 울림을 주는 이유는, 우리가 여전히 그가 염원한 ‘건전한 도덕의 정치’, ‘백성을 위한 정치’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이야말로 남명 조식이 외친 “구급”의 경고를 되새길 때다. 지도자와 국민 모두가 스스로를 돌아보며, 진정한 ‘경(敬)’의 마음으로 나라를 다시 세워야 한다. 그것이 혼란한 시대를 바로잡고, 우리 사회를 다시 건강하게 만드는 길이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