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은 10여 년 전부터 ‘만리방화벽’을 쌓아 구글, 유튜브, 넷플릭스, 인스타그램, X(옛 트위터) 같은 전 세계인들이 애용하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차단했다. 대신 14억 중국인들은 자국의 바이두·비리비리·아이치이·샤오홍슈·웨이보 등을 주로 사용한다. 가상사설망(VPN)을 통해 해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지만 상당수 중국인들은 굳이 그런 수고를 하지 않는다. 중국에서 만든 대체재가 있는 만큼 해외 서비스를 찾지 않아도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은 서비스를 왜 차단했는지 설명도, 해명도 일절 내놓지 않는다. 다만 중국인의 사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막힌 게 아닌가 하는 추측만 나올 뿐이다. 만리방화벽 이후 지금 돌이켜 보면 중국의 장기 전략은 성공에 이르렀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중국은 해외투자를 강조하면서 개방정책을 이어가고 있지만 고집스러울 정도로 자국 산업의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 보호막을 펼쳐왔다. 인터넷 분야도 마찬가지다. 당국이 펼쳐 놓은 우산 아래서 중국 기업들은 빠르게 성장했다.
전기차 분야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자국의 자동차 산업 육성을 위해 글로벌 자동차 업체가 중국 진출을 할 때 합작법인을 통해서만 중국 사업이 가능하게 했다. 베이징현대·상하이폭스바겐 같은 방식이다. 그 사이 중국 기업들은 이들 업체로부터 선진 기술을 빠르게 흡수했다. 이렇게 다진 기초 체력은 자동차 산업의 트렌드가 전기차 시대로 전환되면서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세계 최대 내수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글로벌 업체들과의 경쟁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고 있다. 도요타·폭스바겐·현대차 등 글로벌 빅3 완성차 업체들을 압도하는 판매량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배터리 업체로 시작했던 비야디(BYD)는 어느새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로 우뚝 섰다.
자신감을 확보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수년 전부터 좁은 내수 시장을 탈피해 드넓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환경 이슈가 민감해 전기차 전환이 가파른 유럽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하자 유럽연합(EU)은 관세 부과로 방어에 나섰지만 중국 업체의 공세를 막기 역부족이다. 현대차·기아가 꽉 잡고 있는 국내 시장에도 중국 전기차 업체의 상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가성비로 무장한 BYD는 올해 초부터 한국 시장을 노크해 테슬라에 이어 수입 전기차 2위로 안착했다. 샤오펑·지커 등도 잇따라 진출할 예정이다. 아직 국내 자동차 업체가 전기차 시장을 완벽히 장악하지 못한 한국 시장에 가격은 물론 해외시장에서도 영향력을 인정받은 중국 업체의 진출은 마냥 달갑지 않은 일이다.
최근 일본 공항에서 마주한 중국의 승차공유 서비스 업체 디디추싱은 중국의 무서운 기세를 여실히 보여준다. 디디다처라는 이름으로 2012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해 2015년 디디추싱으로 이름을 바꾼 디디추싱은 세계 최대 업체인 우버의 중국 법인까지 합병하며 영향력을 확대했다. 중국은 일찌감치 불법 택시 서비스를 막고 승차공유 시장을 확대하며 디디추싱의 성장을 지원했고 그 결과 일본에까지 진출해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처럼 택시 업계의 반대로 승차공유 서비스가 도입하지 못하다가 지난해 4월에야 빗장을 풀었다. 현재 디디는 각종 할인 혜택을 제공하며 우버는 물론 일본의 ‘GO’ 등을 위협하는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정부가 어떻게 밑그림을 그리느냐에 따라 해당 산업이 성장할 수도 혹은 도태될 수도 있다는 점을 디디추싱과 우리나라의 타다 사례를 통해 새삼 깨닫게 된다. 더 나아가 한국에서도 승차공유 서비스가 합법화될 경우 우리 업체가 아닌 해외 업체가 시장을 독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단지 기우로 그치지 않을 것 같아 두렵기만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