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새 무기 꺼냈다"…美 AI·전력망 정조준

2025-10-12

중국이 희토류에 이어 반도체 소재와 배터리까지 수출통제 범위를 전방위로 확대하고 있다. 높은 점유율을 무기로 공급을 축소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의 무역 전쟁에서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다음 달 8일부터 실시하겠다고 예고한 배터리 수출통제 조치를 두고 “미국과의 협상판에서 배터리를 새로운 무기로 꺼내 들었다”고 분석했다. 이번 조치가 리튬이온 배터리와 제조 장비, 양·음극재 등 중국이 압도적인 공급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배터리 공급망 전반에 걸쳐 시행되는 까닭이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2022년 현재 중국은 양극재(70%)와 음극재(85%), 전해질(82%) 등 대부분의 배터리 소재 공급을 사실상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화재 위험이 적은 것으로 알려진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의 경우 중국 점유율은 90% 이상이다.

중국이 희토류에 이어 꺼내든 이번 조치로 미국이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관측된다. 블룸버그 NEF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미국이 수입한 리튬이온 배터리(발전소 기준) 가운데 중국산은 65%를 차지했다. 음극재 소재인 흑연의 경우 미국이 지난해 수입한 약 18만 톤 가운데 12만 톤이 중국에서 수입됐다. 배터리 공급 축소는 미국의 인공지능(AI) 산업에도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터리를 활용한 에너지저장장치(ESS)는 데이터센터 등 AI 붐으로 급증하고 있는 전력 소비량에 대응해 전력망을 안정시키는 필수 기술이다. 컨설팅 업체 트리비움 차이나의 코리 콤스 연구 책임자는 “미국을 포함해 대다수 국가들이 (중국 조치에 따른) 영향을 빠른 시일 내에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중국이 희토류 수출 문턱을 추가로 높이면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상당한 타격을 안길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다음 달 8일부터 희토류 추출·정제·가공 기술 수출을 허가제로 전환하고 자국산 희토류가 0.1%라도 사용됐다면 역시 중국 당국의 승인을 받게 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에 따라 당장 세계 1위 반도체 제조공정 장비 기업인 네덜란드 ASML의 제품 출하가 몇 주일가량 지연될 수 있다. 사태가 장기화할수록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조치로 반도체 공급망에 필수인 희토류 자석의 가격이 치솟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은 이에 그치지 않고 다음 달 8일부터는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는 인조 다이아몬드 단결정 등 초경질 소재 품목 역시 자국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만 외국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글로벌 반도체 업계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회사 TSMC가 있는 대만 측은 “중국 조치가 미치는 영향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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