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방하는 자동차 수출, 중고차 빼니 역성장…관세 장벽에 첩첩산중

2025-10-12

올해 한국 자동차 수출이 중고차를 제외하면 지난해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수출액은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관세 전쟁의 피해가 고스란히 누적되고 있다.

12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한국의 자동차 수출은 1~9월 누적으로 540억8500만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억8500만 달러(2.2%) 증가했다.

하지만 수출 통계를 한꺼풀 벗겨내면 이야기가 다르다. 중고차를 제외한 신차 수출 실적은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 올해 1~9월 중고차 수출을 제외한 신차 수출은 476억500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2%(15억8500만 달러) 감소했다. 지난달 자동차 수출액은 64억 달러로 9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실적이지만, 조업일수 증가 효과를 제외한 일평균 차량 수출액은 2억2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2억5000만 달러)보다 11.2%가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중고차 수출액은 64억8000만 달러로 지난해(37억1000만 달러)와 비교해 74.7%(27억7000만 달러) 늘었다. 유례없는 중고차 수출 호황은 전쟁 특수 때문이다. 시리아 내전 종료에 따른 수출 재개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우회 수출 수요 등이 한국 중고차 수출을 끌어올리고 있다. 러시아에 대한 우회 수출 통로로 꼽히는 키르기스스탄으로의 월평균 수출 대수는 23년(4251대)→24년(6713대)→25년(9944대)로 늘고 있다.

중고차 수출이 늘어나는 건 일단 긍정적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5월 보고서에서 "국내 자동차 시장 및 부품 애프터 마켓 활성화 등 촉매제 역할도 기대 가능한 데다, 국내 신차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는 부수적인 효과도 기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생산 유발 효과다.

자동차 수출은 국내 산업 전반을 움직이는 핵심 동력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 수출의 생산유발액은 2365억 달러(331조7300억 원)로 반도체(1854억 달러)를 앞질렀다.

하지만 중고차는 이미 생산된 차량이 해외로 나가는 구조여서 이런 효과가 거의 없다. 정규철 KDI 경제동향실장은 “중고차 수출은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새로운 생산을 유발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앞길도 험난하다.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한국의 경쟁상대인 일본과 유럽연합(EU)은 자동차 품목 관세 15%를 적용받고 있다. 반면 한국은 '3500억 달러(약 490조원) 대미 투자 패키지'에 대한 이견이 지속되며 아직 25% 품목 관세를 적용받고 있다. 현대차와 기차아는 시장 점유율 유지를 위해 미리 미국에 수입해 둔 재고 등을 활용해 가격 인상을 하지 않고 있지만, 일본ㆍEU와의 관세 격차가 장기간 이어질 경우 이익 저하 등이 불가피하다.

올해 전체 자동차 수출액 증가를 이끈 중고차 수출 호황도 얼마나 지속할 지 미지수다. 신현도 한국중고차유통연구소장은 "러시아가 중고차에 대한 세금을 인상한데다, 한국 차량이 많이 나가는 요르단에서도 수입 규제가 심해지고 있어 중고차 수출이 향후 감소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수출 다변화와 전기차나 하이브리드(HEV) 차량 등 친환경 차량의 수출 호조는 그나마 버틸만한 언덕이다. 현대차도 장기적으로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리고,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다만 시장 다변화 등에는 오랜 기간이 소요된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대차와 기아차는 수출 시장 다변화 등으로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지만, 미국 수출 비중이 절대적인 한국GM은 관세 격차가 장기간 지속되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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