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경] 상동광산의 부활

2025-10-12

두메산골인 강원도 영월군 상동읍은 6·25전쟁으로 피폐해진 우리 경제를 일으켜 세운 일등공신이었다. 최대 5800만 톤 이상의 매장량을 자랑하는 텅스텐 보고인 ‘상동광산’이 화수분 역할을 했다. 운영사였던 공기업 대한중석은 채굴한 텅스텐으로 1950~1960년대 우리나라 수출액의 절반가량을 벌어들였다. 1970년대까지도 전 세계 텅스텐 시장에서 한국산 점유율은 20%에 육박했다. 1980년대부터 초저가 중국산 텅스텐이 밀려 들어오자 상동광산은 점차 가격 경쟁력을 잃다가 1994년 문을 닫았다. 이후 텅스텐 수입국으로 전락한 우리나라는 국내 수요의 90% 이상을 중국산에 의존 중이다.

몰락한 상동광산이 31년 만에 부활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2015년 조광권(광물 채굴·취득권)을 인수한 캐나다 광업 기업 알몬티인더스트리스가 올 12월 채굴 광물 중 유용한 원석을 골라내는 선광장부터 시험 가동할 계획이다. 인근에 가공 공장도 지어 반도체·배터리 등의 핵심 소재인 고순도 산화 텅스텐을 생산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알몬티 측은 약 1800억 원의 기존 투자액에 더해 향후 3~4년간 2000억 원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국내 은행들이 몸을 사린 탓에 독일 국책은행과 미국 나스닥 등에서 자금을 확보했다.

중국 텅스텐 광산들의 생산 단가는 1톤당(메트릭톤 기준) 불과 수십 달러였다. 하지만 근래 들어 인건비 급등, 환경 규제 강화 등으로 인해 1톤당 100~200달러대로 상승했다. 알몬티는 상동광산에서 1톤당 100달러 초반대의 비용으로 텅스텐을 생산할 수 있어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미중 간 광물 공급망 경쟁 속에 국제 텅스텐 시세가 급등한 점도 사업 호재다. 우리 정부와 은행들은 세계 최대급 텅스텐 광산을 손에 쥐고도 단기 수지타산에 연연해 해외 기업에 조업권을 넘겼던 과거의 오판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자원 안보의 중요성이 높아진 상황을 반영해 광업기본계획을 재평가하고 긴 안목에서 핵심 광물 탐사·개발에 계속 투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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