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도매시장 내 경쟁 촉진을 위해 칼을 뽑아 들었다. 도매시장법인 평가체계를 대폭 손질하겠다는 것이다. 법인간 상대평가를 강화하고자 평가 등급을 개편하고 법인 경쟁력 제고 지표 등을 신설하는 게 뼈대다. 앞서 농림축산식품부는 1월14일 충북 청주의 OCC 오송컨벤션센터에서 ‘2025년 농산물도매시장 평가세부요령 설명회’를 열고 법인 평가체계 개선안을 설명했다. 평가체계 개선을 통해 도매시장 내 경쟁을 촉진해 공공성·효율성을 제고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올해 실적평가부터 달라진 평가체계를 적용할 방침이다.
◆평가 등급 분리…모든 지표 계량화=개선안의 핵심은 경쟁 촉진을 통한 공공성 확대다. 농식품부는 도매법인을 평가할 때 최우수·우수·보통·미흡·부진 등 5등급으로 매기고 하위 2개 등급인 미흡·부진은 사실상 통합해 운영한다. 개선안에선 이를 분리했다. 특히 평가 결과 하위 10%에 해당하거나 절대 점수 50점 미만을 받은 법인은 부진 등급을 받게 해 법인간 경쟁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이같은 평가 등급 변화는 국회에 여러건 발의된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개정안’과도 맥을 같이한다.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과 김선교 의원(경기 여주·양평)을 비롯해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이 각각 대표 발의한 ‘농안법 개정안’엔 성과가 부진한 도매법인에 대한 지정 취소를 의무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현행 ‘농안법’에선 도매법인 지정 취소는 임의규정으로 돼 있다.
특히 임 의원 안은 ‘법인 평가 결과 하위 30%일 때’ 법인의 지정 취소를 의무화하도록 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고 농식품부의 새 평가체계가 가동되면 부진 등급을 받은 법인은 ‘지정 취소’를 피할 수 없게 된다.
농식품부 개선안은 기존 계량평가(75점)와 비계량평가(25점)로 구성된 평가지표를 계량지표(100점)로 일원화했다. 그간 비계량평가는 대부분 계량지표 달성을 위한 노력을 보고서 형태로 제출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온 만큼 대형 법인에 절대적으로 유리했다.
개선안은 이밖에도 ‘산지 지원 실적’에 대한 가중치를 기존 16점에서 30점으로 늘려 법인의 적극적인 출하자 지원을 유도했다. 농산물 가격안정 도모를 위해 ▲예약형 정가·수의 매매 실적 ▲정가·수의 매매 전담 인력 확보 ▲가격변동성 완화 정도 등의 항목도 신설했다.
◆“시장 현실과 동떨어져”…형평성 문제 제기도=법인 관계자들 사이에선 평가 공정성 확보와 법인 공공성 강화라는 취지엔 동의하지만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과제도 있다고 우려한다. 법인 자체 의지만으로 바꿀 수 없는 항목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예약형 정가·수의 매매 실적이다.
개선안에선 정가·수의 매매 활성화를 위한 항목이 2개 신설됐는데, 예약 기간이 길수록 높은 가중치를 부여했다. 정부는 농산물 가격 변동성을 완화해 수급안정을 도모하자는 취지로 이같이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법인 관계자는 “농산물 출하 방식은 전적으로 출하자 선택에 달렸다”면서 “법인 평가체계가 바뀌면 법인이 출하자에게 예약형 정가·수의 매매를 강요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판매원표 평가 방침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개선안은 판매원표 정정 건수 비율이 적을수록 높은 점수를 준다. 그러나 도매시장 개설자인 지방자치단체별로 판매원표 관리 기준이 다른데 이 기준은 통일하지 않고 전국 법인·공판장을 일렬로 줄 세워 점수를 매기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게 법인 측 주장이다.
서효상 기자 hsseo@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