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숨쉬기 어려운 중증 천식, 생물학적 제제로 스테로이드 사용 최소화

2025-04-22

[닥터스픽] 〈164〉 중증 천식 치료

아플 땐 누구나 막막합니다. 어느 병원, 어느 진료과를 찾아가야 하는지, 치료 기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어떤 치료법이 좋은 지 등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아파서 병원에 갔을 뿐인데 이런저런 치료법을 소개하며 당장 치료가 필요하다는 말에 당황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주변 지인의 말을 들어도 결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 알아두면 쓸모 있는 의학 상식과 각 분야 전문 의료진의 진심 어린 조언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Q. 천식으로 진단받고 7년 째 치료 중인 40대 중반 남성입니다. 처음 진단 받았을 땐 기침 좀 하는 정도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약물치료에도 불구하고 기침, 가슴 답답함, 호흡곤란 같은 호흡기 증상이 좋아졌다 나빠지길 반복하면서 폐 기능이 점점 떨어졌습니다. 지금은 중증 호산구성 천식으로 증상이 악화돼 휴직한 상태입니다. 천식 증상 조절을 위해 경구용 전신 스테로이드를 쓰면 합병증 위험이 크고 생물학적 제제 치료는 휴직으로 수입이 불안정해 치료비 부담이 큰 상황입니다. 폐 기능이 약해진 상태에서 돌발적으로 숨쉬기 어려워지는 급성 악화가 발생하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치료하면 좋을까요.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알레르기내과 이숙영 교수의 조언

전체 천식 환자의 10%가량을 차지하는 중증 천식은 치료가 쉽지 않은 난치성 질환입니다. 대부분 경증 상태에서 호흡기 증상을 조절하다가 상태가 나빠져 중증 천식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폐 기능이 점점 약해지면서 한 번에 들이마시고 내뱉는 폐활량이 줄어듭니다. 어느 순간 빨대로 숨을 쉬는 것처럼 호흡곤란이 심해집니다. 발작적 기침, 쌕쌕거림 같은 호흡기 증상으로 산책·식사·목욕 같은 일상 생활조차 힘들어합니다.

그래서 천식으로 진단받으면 꾸준한 증상 관리를 강조합니다. 임상적 증상 변동이 심한 천식은 어느 날은 기관지 자극에 예민하게 반응해 발작적으로 기침하지만 어떤 날은 아무런 증상도 없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없어 다 나은 것처럼 보이더라도 천식으로 인한 기도 염증은 늘 존재합니다. 호흡기 증상이 없더라도 기도 염증을 조절하는 약물치료를 지속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럭저럭 지낼만 하다고 치료에 소홀하면 만성적 기도 염증으로 폐 기능이 약해지면서 중증 천식으로 악화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호산구 수치 증가로 기도에 만성적 염증을 유발하는 호산구성 천식입니다. 중증 호산구성 천식은 특히 증상이 나빠지는 급성 악화를 조심해야 합니다. ▶숨을 쉴 때 쌕쌕거리는 증상이 심해지고 ▶가슴이 조이듯 답답하고 ▶발작적으로 기침하면서 ▶숨을 쉬기 어려워하는 호흡곤란 증상으로 죽을 것 같은 공포를 느끼고 병원 응급실을 찾게 됩니다. 삶의 질도 엉망이 됩니다. 실제 중증 천식 환자의 삶의 질은 고혈압·당뇨병 같은 주요 만성질환뿐만 아니라 암환자보다도 낮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결국 천식 증상 조절을 위해 경구용 전신 스테로이드(OCS·Oral CorticoSteroid) 치료를 추가합니다. OCS 치료가 생명을 위협하는 돌발적 천식 증상 조절에 도움을 주는 것은 사실입니다. 문제는 부작용입니다.

OCS 치료는 투약 기간이 길어질수록 고혈압, 당뇨병, 골다공증, 수면장애 등 여러 합병증 발생 위험이 높아집니다. OCS 치료에 의존할수록 입원·사망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특히 OCS 치료에 의존성을 보인 천식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폐 기능이 더 나쁘고, 천식 발작 빈도가 높으며, 갑자기 숨을 쉬지 못하는 호흡 곤란으로 응급실을 찾는 사례가 많습니다.

이런 이유로 OCS 치료를 최소화하기 위해 생물학적 제제를 우선 권고하는 것이 글로벌 중증 천식 치료 트렌드입니다. 글로벌 천식 치료 가이드라인(GINA) 등에도 기존 치료로 증상 조절이 어려운 중증 천식 치료에 천식 유형에 맞는 생물학적 제제를 적극적으로 사용할 것을 강조합니다. 생물학적 제제는 천식 환자의 특성에 따른 맞춤 치료가 가능한 것이 장점입니다. 표적 환자에게 투약했을 때 뚜렷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특히 성인 중증 호산구성 천식 환자에서 항 인터루킨-5(IL-5) 제제를 사용하면 호산구의 증식과 활성화를 억제해 호흡기 증상을 조절하고 폐 기능을 개선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개선된 폐 기능이 잘 유지되고 갑자기 상태가 나빠지는 경우가 줄어드니 부작용과 의존성 위험이 큰 경구 스테로이드 사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생물학적 제제 사용 후 중증 천식 분야에서도 완치에 가까운 관해 개념이 등장하고 있기도 합니다.

다만 안타깝게도 한국은 OCS 치료가 다른 나라와 비교해 높은 편입니다. 2020년 세계 중증 천식 레지스트리에 따르면 중증 단계에서 OCS 치료율이 무려 92.9%에 달했습니다. 미국(20.4%), 이탈리아(61.4%), 영국(72.9%)과 비교해 높은 수치입니다.

OCS 치료를 대체할 수 있는 생물학적 제제가 존재하지만 약값 부담이 큽니다. 현실적으로 부작용 위험이 큰 OCS 치료를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중증 호산구성 천식은 항 IL-5제제에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고 있지만, 여전히 급여로 지원되는 조건이 엄격합니다. 생물학적 제제가 필요하지만 급여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치료가 지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급여로 적용되더라도 원내 투약하는 경우 약제비의 60%는 환자가 지불해야 해 경제적 부담이 큰 상황입니다. 중증 천식의 난치성과 중증도, 높은 진료비 부담을 고려한 급여 기준 완화와 산정특례 지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는 이유입니다. 산정특례로 지정되면 환자의 치료비 본인부담금이 10%로 줄어들어 경제적 부담을 덜고 치료에 전념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 중증 천식 치료 환경도 꾸준히 좋아지고 있습니다. 최근엔 국내에서 스스로 자가 주사가 가능한 오토인젝터 형태의 항 IL-5 제제(누칼라 오토인젝터 등)가 허가 받았습니다. 기존 생물학적 제제와 달리 원외 처방이 가능해 산정특례 지정 전이라도 약값 본인부담률이 30%로 낮아져 치료 지속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천식은 예전과 달리 분명한 증상 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질환입니다. 여전히 치료 환경의 개선이 필요하지만 점차 나아지고 있는 만큼 의료진과 가장 적합한 치료 방법을 찾아 꾸준한 관리와 치료를 지속해야 합니다.

정리=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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