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체조직 이식, 질병코드 없이도 가능…검증 절차도 없다

2025-10-20

[비즈한국] 최근 인체조직의 미용 시술 사용이 논란이 되는 가운데, 별도의 처방코드나 질병코드 없이 의사 판단만으로 인체조직을 이식할 수 있고, 이를 검증하는 절차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법상 인체조직의 이식은 ‘윤리적으로 타당하고 의학적으로 인정된 방법’에 의해 행해야 한다고만 명시됐을 뿐, 구체적인 ​이식 방법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이런 허점 때문에 인체조직 이식이 남용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공 축소’, ‘잡티 개선’. 피부과에서 쓰이는 인체조직 이식 제품의 홍보 문구다. 사망자의 인체조직이 스킨부스터 등 피부 미용에 사용되고 있다. 인체조직이 어떻게 미용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을까.

일각에서는 의료적 판단에 따라 인체조직을 처방하고 있다고 설명하지만, 실제로는 처방코드나 질병코드 없이 인체조직 이식이 가능하다. 한 피부과 의사는 “인체조직 이식재도 다른 미용 시술과 마찬가지로 처방 자체를 하지 않으며 처방코드나 질병코드를 입력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기능적인 문제가 없어도 쓸 수 있는 ​미용 시술 제품처럼 인체조직을 ​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인체조직을 이식한 후에는 ​관련 법령에 따라 ​조직이식결과기록서를 조직은행에 제출해야 하지만, 이식 목적이나 처방코드를 기재하지는 않는다. 앞서 의사는 “다른 스킨부스터와의 차이점은 조직이식결과기록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점인데, 이식재를 생산한 회사는 법령에 따라 이 같은 사실을 환자에게 고지할 의무는 없다고 안내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능적인 문제가 없더라도 인체조직을 ‘자유롭게’ 이식할 수 있다. 최근 확산되고 있는 스킨부스터 외에도 성기확대 수술, 코 성형 수술 등에 인체조직이 활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식 방법에 대한 규정도 명확하지 않다 보니, 이식재를 스킨부스터 주사나 바늘 주사 등 여러 미용 시술 형태로 이식하는 것이 가능하다. 의료 업계 관계자는 “인체조직을 건강주스처럼 마시는 형태로 만들어 처방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안 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인체조직 이식재(치료재료)의 요양급여대상 여부를 결정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관계 법령의 해당범위에서 의료인의 의학적 판단에 따라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일부 인체조직 치료재료의 경우 세부사항 고시 등 급여기준으로 범위나 횟수 등이 정해지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모든 인체조직 이식재가 세부사항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

결국 인체조직의 관리·배분은 엄격하게 규정돼 있지만, 실제 이식 과정은 명확한 기준이 없어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한국공공조직은행 역시 국내 인체조직이 안전한지, 배분이 적절하게 이루어지는지를 관리하지만, 배분된 인체조직의 ‘처방’이 적절한지는 판단하지 않는다. 해외 인체조직을 관리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역시 마찬가지다. 기증자의 감염 여부나 조직의 안전성, 배분 과정은 관리하지만 실제 이식 단계의 적절성은 확인하지 않는다.

현행법상 인체조직의 이식은 ‘윤리적으로 타당하고 의학적으로 인정된 방법’에 의해 행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식 목적에 대해서는 ‘사람의 신체의 완전성을 기하고 생리적 기능의 회복을 위하여 이식의 목적으로’라고 명시돼 있다. 보건복지부는 법 조항이 모호하고, 미용 목적 여부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이를테면 유방암 환자의 가슴 복원 성형, 화상환자의 피부 재건 등은 치료 목적인지, 미용 목적인지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복지부는 식약처와의 협의를 통해 조직 이식 시 이식 목적을 기재하도록 하는 등 보완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는 다르다. 일부 남용이 있을 수 있더라도 목적 자체를 구분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실손의료보험 등 민간보험에서는 ‘신체 필수 기능 개선 목적이 아닌 외모 개선 목적’의 의료비 청구가 불가능하다고 약관에 명시한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처방 코드 없이 미용 목적만으로는 보험 청구가 불가능하고, 이 때문에 미용 목적과 치료 목적을 구분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비급여 항목이더라도 처방 코드에 따라 청구가 가능하다. 물론 의료 현장에서 실비 처리가 가능하게 처방 코드나 병명을 조정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코를 성형할 때 비중격만곡증과 함께 청구하면 보험 처리가 가능하다. 다만 이는 기술적으로 일부 남용하는 사례이고, 목적 자체를 구분하는 데에는 혼선이 없다”고 말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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