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연환 한양대병원 성형외과 교수
종양 제거 후 결손 발생 시 재건 필수
피부·혈관 얇게 채취해 회복도 빨라

얼굴과 목은 생존과 직결된 기능을 담당하는 기관이 모여 있는 복잡한 해부학적 영역이다. 이 부위에 암이 발생하면 구강, 인후두부, 식도, 기관지 등 다양한 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근본적인 치료는 외과적으로 암을 완전히 절제하는 것이다. 종양 제거 후 발생하는 결손은 환자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기능적·미적 복원을 위한 재건이 필수적이다.
대표적인 예가 혀암이다. 혀 일부 또는 전부를 절제하면 발음과 음식 섭취에 장애가 생긴다. 혀의 바닥까지 제거하면 침이 기도로 흘러 환자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따라서 수술 후 결손 부위를 적절히 복원하는 두경부 재건술이 필요하다.
결손 복원에는 환자 몸의 다른 부위에서 조직을 이식하는 방법이 주로 사용된다. 특히 ‘유리 피판술(free flap)’은 피부·근육·뼈·혈관 등을 절제 부위에 맞게 옮겨오는 방법으로, 미세현미경을 활용해 동맥·정맥을 정교하게 연결해야 조직이 생착된다.
과거에는 근육과 피부를 함께 이식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두꺼운 조직은 혀나 구강, 식도 재건에 적합하지 않아 기능적·미적 한계가 있었다. 2000년대 이후 미세 수술 기법과 장비가 발달하면서 얇은 조직을 선택적으로 이식할 수 있는 ‘천공지 피판술(perforator flap)’이 널리 활용되기 시작했다. 이는 근육을 포함하지 않고 피부와 혈관만 얇게 채취하는 방법이다.
천공지 피판은 주로 허벅지, 흉배부, 서혜부, 하복부 등에서 채취한다. 두경부 재건에서 가장 흔히 쓰이는 부위는 허벅지와 흉배부다. 허벅지 피판은 얇고 유연하며 혈관 줄기가 길어 전 세계적으로 표준적인 공여부(조직을 떼어내는 부위)로 사용된다. 다만 수술 후 흉터와 모발, 색조 차이가 단점으로 지적된다. 흉배부 피판은 겨드랑이 아래쪽의 조직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작은 혈관 확보가 어렵고 재건팀과 절제팀이 동시에 수술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지만 색조가 목, 안면부와 유사하고 흉터가 잘 가려져 미용상 장점이 있다.
천공지 피판술은 얇은 조직으로 자연스러운 재건이 가능하고 기능 회복에 유리하지만, 근육 내 세밀한 박리가 필요하다. 따라서 경험 많은 재건팀이 갖춰진 병원에서 시행할 수 있다.
두경부암 치료는 단순한 수술 기법의 문제가 아니다. 암의 절제 범위를 사전에 계획하고, 숙련된 두경부 외과팀이 암과 림프절을 완전히 절제해야 한다. 또 재건팀이 얼굴과 목의 3차원적 구조를 원래와 가깝게 복원하고, 방사선·항암 치료팀이 수술 후 치료를 함께 담당해야 한다. 이처럼 다학제적 협력이 이뤄질 때 환자의 생존율뿐 아니라 일상 복귀 속도와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