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 심해지는 턱관절 장애
잘못된 저작 습관 등으로 유발
증상 악화시 개구(開口)장애 생겨
1주 간격 3~6개월 치료해야

30대 직장인 박모씨는 몇 달 전부터 입을 벌릴 때마다 ‘딱딱’ 소리가 났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밥을 먹거나 하품을 할 때면 어김없이 소리가 반복됐고 급기야는 통증까지 뒤따랐다. 날이 추워지자 증상이 더 심해져 참을 수 없던 박씨는 결국 병원을 찾았고 턱관절 장애 진단을 받았다.
턱관절은 하악골(아래턱뼈)과 측두골(머리뼈)을 연결하는 관절로, 저작 운동의 중심 역할을 한다. 턱관절 장애는 이 관절을 이루는 뼈와 근육 등에 문제가 생긴 상태를 가리킨다. 염증이 생기거나 턱관절 디스크가 정상적인 위치에서 빠져나온 식이다.
원인은 다양하다. 가장 흔한 요인은 관절에 무리를 주는 습관이다. ^단단하거나 질긴 음식 자주 씹기 ^이 악물고 자기 ^앞니로 손톱 물어뜯기 ^한쪽으로만 음식 씹기 등이다. 이외에 스트레스, 부정교합, 외상 등도 턱관절 장애 발생에 영향을 준다고 알려졌다. 서울대치과병원 구강내과 정진우 교수는 “다른 근골격계 질환과 달리 턱관절 장애는 20~30대에서 빈발한다”며 “저작근의 힘이 가장 강한 시기라 관절에 큰 부담이 가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더 흔한데 이는 턱관절 내 염증 유발 물질의 차이와 관련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했다.
근육 긴장 더해지면 어깨 결림도
턱관절 장애가 생기면 여러 불편이 뒤따른다. 음식을 먹을 때 턱과 귀 주변이 아프고 턱을 움직일 때마다 ‘딱딱’ 소리나 모래 갈리는 소리가 난다. 심하면 숟가락조차 넣을 수 없을 만큼 입이 벌어지지 않는 개구 장애가 나타나기도 한다. 여기에 근육 긴장이 더해지면 두통, 목 통증, 어깨 결림을 호소할 수도 있다. 특히 추운 날에는 혈관이 수축하고 근육이 긴장해 통증이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이때 자연 회복을 기대하며 참고 넘기다가는 병을 키울 수 있다. 강동경희대치과병원 구강내과 박혜지 교수는 “6개월 이상 증상을 방치하면 치료 과정이 복잡해지고 회복에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자칫하면 퇴행성 관절염이 생기고 뼈의 구조적 변화를 초래하면서 부정교합이나 안면 비대칭까지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초기에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게 중요하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치과 김현제 교수는 “턱관절 장애의 원인은 매우 복합적이라 진단을 통해 원인을 세분화해 파악해야 한다”며 “하악 운동 범위 검사, 턱관절 소리 검사, 근육 촉진 검사, 방사선 검사 등 여러 진단 과정을 거쳐야 근본적인 원인과 상태를 정확히 알 수 있다”고 했다.
턱관절 장애로 진단되면 먼저 비수술 치료를 진행하게 된다. 초기라면 음식 한쪽으로만 씹기, 이 꽉 물기 등 턱 건강을 해치는 습관을 교정하는 것만으로도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이후에도 통증과 증상이 지속되면 교합 안전장치(스플린트) 치료, 물리치료, 보톡스, 약물 요법 등을 병행할 수 있다. 스트레스와 긴장 완화가 필요한 경우 이완 운동이나 심리 상담을 함께하기도 한다.
턱관절 장애 치료는 꾸준함이 관건이다. 통증이 줄었다고 방심하거나 치료를 소홀히 하는 건 금물이다. 턱관절 장애는 대개 1~2주 간격으로 내원하며 3~6개월 이상의 통원 치료가 필요하다. 이미 퇴행성 관절염이 발생한 경우 호전까지 2년 이상이 걸리기도 한다.
턱관절 장애 예방을 위해서는 생활 속 습관 관리가 중요하다. 식사나 말하기처럼 꼭 필요한 움직임 이외에 턱을 비트는 행동이나 필요 이상의 힘을 주는 습관은 삼가야 한다. 오징어와 껌 등 질기고 단단한 음식을 피하고 쌈이나 햄버거처럼 입을 크게 벌려야 하는 음식은 한입 크기로 나눠 천천히 씹어 먹는다.
음식은 한입 크기로 나눠 천천히 씹어야
또 아랫니와 윗니는 닿지 않고 떨어진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이를 다문 상태가 정상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정상적인 턱은 이가 맞물리지 않은 상태로 이완돼 있다. 아랫니와 윗니가 서로 닿지 않고 미세하게 떨어진 상태라고 보면 된다. 정진우 교수는 “무의식중에 윗니와 아랫니가 맞물려 있다면 얼굴의 긴장을 풀어 턱관절과 근육이 편안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세도 턱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책을 읽거나 TV를 볼 때 턱을 괴거나 머리를 한쪽 손으로 받치는 자세는 피하고, 가능한 머리를 곧게 유지한다. 목과 어깨 근육은 턱 근육과 이어져 긴장이 풀리지 않으면 불편감을 유발할 수 있다. 근육이 뭉치지 않게 맨손체조나 목 돌리기 같은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자주 이완시켜야 한다. 더불어 온찜질은 근육을 풀고 통증을 완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따뜻한 물에 적신 수건을 귀 앞과 턱, 목 부위에 10분 정도 대고 잠시 쉬었다가 다시 반복하면 좋다.
자료=대한측두하악장애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