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상 첫 1000만 관중을 돌파하며 흥행가도를 내달렸던 프로야구의 인기가 2025시즌 들어서도 식을 줄 모른다. 지난달 22일 개막한 2025 KBO리그는 이달 6일 60경기 만에 105만9380명의 관람객이 찾아 역대 최소 경기 100만 관중 달성 신기록을 세웠다. 종전 최소 경기(2012년 65경기)였던 100만 관중 기록을 5경기나 줄인 것이다. 1000만 관중 시대를 열었던 지난해는 70경기였기에 2년 연속 1000만 관중 달성 등 올해도 ‘흥행 대박’이 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실제 일부 구단의 주말 경기 표를 구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는 팬들의 아우성이 여기저기서 들려올 정도로 야구 인기가 뜨겁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다름 아닌 유료 회원을 대상으로 한 ‘선예매’를 넘어 ‘선선예매’, 심지어 ‘선선선예매’라는 일종의 ‘티켓 구매 계급제’가 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구단들은 2010년대부터 연간 유료 회원권 구매자에게 일반 팬보다 30분~1시간, 또는 며칠 먼저 예매할 수 있는 우선권을 주는 멤버십 제도를 도입했다. 그런데 프로야구 인기가 높아지면서 몇몇 구단은 가입비용을 차등화해 유료 회원의 등급을 나누기 시작했다.
KIA 타이거즈 등 5곳은 좀 더 비싼 회원제에 가입한 팬들에게 선예매보다도 더 일찍 티켓을 구매할 수 있는 ‘선선예매’를 도입했고, 삼성 라이온즈와 KT 위즈는 등급을 더 세분화해 ‘선선선예매’ 제도까지 도입했다. 등급을 세분화하지 않았지만 LG 트윈스는 올해 초 회원권 가격을 2만원에서 10만원으로 5배나 올렸다. 몇몇 구단의 경우 경기장 좌석 수보다 유료 멤버십 가입자 수가 더 많아 모든 좌석이 선예매자에게만 돌아가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는 지경이 됐다. 최소한 좋은 좌석은 선예매자들이 모두 선점하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티켓 계급제는 암표 거래까지 부추긴다. 선예매를 통해 인기 좌석을 선점한 후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고가로 되팔아 수익을 올리는 데 활용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4만5000원짜리 탁자지정석이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35만원에 판매되기도 했다. 이러다 보니 팬들의 불만이 점점 커지고 있다. 팬들은 이러한 구단의 정책에 대해 “돈이 있어야 야구도 좋은 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볼멘소리를 할 수밖에 없다.
선예매권에 판매량에 제한을 두고 일반 예매권은 충분히 남겨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SSG 랜더스처럼 팬들의 비난에 선선예매 정책을 철회한 곳도 있지만, 여전히 많은 구단이 이러한 티켓 계급제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대부분 구단이 적자로 운영되는 상황에서 수익을 높여야 하는 것이 당면과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규 팬이나 원정 팬들은 좋은 좌석을 예매하기 어려워지고 있어 팬층의 다양성과 확장성이 저해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프로야구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서는 모든 팬에게 공정한 관람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가장 시급한 것은 암표에 대한 적극적인 단속이다. 구단과 KBO는 단기적인 수익에만 집중하지 말고 암표 단속을 위한 구체적이고 확실한 대책과 팬층 확대를 위한 장기적인 대안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송용준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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