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만사 답사기
유홍준 지음
창비
“장례식장에서 학전까지 추모객들이 걸어서 그 뒤를 따라갔어야 했다. 그렇게 했다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모두들 ‘아침 이슬’을 목놓아 불렀을 것이다. 그것이 김민기를 저세상으로 떠나보내는 사람들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고인의 뜻이었다지만, 저자는 지난 7월 벗 김민기의 조용한 장례가 못내 아쉬웠다. 그때 발표하지 못한 추도사를 이 책에 실었다.
명지대 석좌교수, 전 문화재청장, 밀리언셀러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저자, 미술사학자....숱한 수식어에도 저자가 제일로 꼽는 정체성은 ‘글쟁이’이며, 자신의 글은 ‘잡문’이라 했다. 일상사에서 사상의 담론에까지 이르는 루쉰의 잡문처럼, 세상만사와 인생이 다 녹아 있는 옛 문인들의 잡저(雜著)를 지향한다. 30여년 만의 산문집인 이 책 부제는 ‘유홍준 잡문집’.
‘좋은 글쓰기를 위한 15가지 조언’도 눈에 띈다. 그중 하나가 ‘글의 길이에 문체와 구성을 맞춰라’. “요구된 매수의 3분의 1까지 오면 일단 멈추고 다시 첫머리로 돌아가 줄이거나 늘리면서 이어간다. 이제부터는 끝날 때까지 한 호흡을 유지하는 게 좋다”는 실용적 조언이다. 이 서평은 그 조언에 따라 쓰였다. 나머지 14가지는 책에서 확인하시길. 이것만으로도 책값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