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은 출가한 하늘의 자식이고
꽃은 가출한 바람의 자식이다
구름과 꽃은 뒤통수가 닮았다
<감상> 뒤통수라니! 시의 제목이 ‘뒤통수’라니요. 뒤통수를 맞은 느낌입니다.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신체적이나 정신적으로 예상치 못한 공격을 받았을 때 뒤통수 맞았다고 하지요. 구름과 꽃의 생김새나 상태가, 그리고 우두커니 서 있는 한 그루 나무가, 어느 하나 닮은 구석이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습니다. 닮지 않았는데 닮았다고 말함으로써 시인은 독자의 뒤통수를 칩니다. 예상치 못한 공격을 받고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출가’와 ‘가출’이란 말이 눈에 띄는군요. 그 의도가 사뭇 다르다 하드라도 출가든 가출이든, 마찬가지로 집 떠나기이니, 정든 집을 떠나는 자의 뒷모습은 그 뒤통수가 닮지 않았겠습니까.
하늘 떠난 구름은 성불의 은유이고, 바람 떠난 꽃은 저항의 상징입니다. 푸른 하늘 환한 꽃밭에 낯선 손님처럼 우두커니 서 있는 나무 한 그루, 뒤통수를 맞은 독자처럼 뜨악한 표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