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사색] 빨래

2024-11-01

빨래

정우영

잔뜩 부푼 빨래들이 눈부시다.

빨랫줄 잡고 나란히들 서서

어지러운 세상을 향해

햇살의 노래를 불러대고 있다.

외출 나간 몸뚱이들이

게슴츠레 기어들기 전까지는,

저렇게 널린 채로 썽썽할 것이다.

어느 저녁 나절,

옥상에 나부끼는 빨래 보거든

못 본 체 숨죽이고 지나가라.

깨달음이 환하게 익어가는 중이니.

『집이 떠나갔다』 (창비 2005)

나의 하루도 깨끗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얼룩진 마음과 실수로 흘린 말들을 모두 한데 넣고 씻어내고 싶습니다. 희어야 할 생각들은 한결 희어지고 선명하게 간직해야 할 기억들은 더욱 선명해지기를 바랍니다. 하얗게 일렁이며 부풀어 오르는 기대에 흠뻑 젖었다가도 다시 차고 맑은 기분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물론 사소한 마찰이나 스침 정도로는 불꽃을 튀기지 않으려 합니다. 맑게 갠 날 쏟아져 내리는 빛처럼 환한 것들을 가까이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지거나 구멍 난 것들을 부끄러워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어느날 내가 필요한 누군가에게 마냥 가깝고도 부드럽게 가닿고 싶습니다.

박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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