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분지 스촨은 원래 순수한 의미의 중국이 아니다. 중원에 사는 아웃사이더 오랑캐의 땅이라고 경멸했던 곳이다. 우리는 중국을 하나의 땅덩어리로 간주해 한족에 의한, 한족만을 위한 한족의 땅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아주 다르다.
미당 서정주의 시중에 귀촉도(歸蜀途)라는 시가 있다.
눈물 아롱아롱// 피리 불고 가신 임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西域) 삼만리./
횐 옷깃 여며 여며 가옵신 임의/ 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巴蜀) 삼만리.
촉나라 망제望帝 두우杜宇라는 사람이 신임하던 부하에게 왕위를 물러주었다가 나중에는 모든 것을 빼앗긴 뒤 숲에 들어가 피를 토하며 울어 죽었다는 전설이 있다. 귀촉도(歸蜀途)는 이 전설을 모티브로 썼다.
과거 왕조 권력자의 공통된 고민이 치수(治水)였다. 농사가 국가 경제의 근간을 이뤘던 왕조시대에서 이 치수는 큰 정치적 행위였다. 물을 잘 다스려야 하천의 범람을 막을 수 있고, 하천의 범람을 막아야 농사를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농사를 잘 지어야 백성을 먹여 살릴 수 있고 아울러 그들로부터 세금을 징수해 국가 재정을 펼칠 수 있었다.
스촨 지역은 여러 곳의 큰 하천이 지나가는 지역이다. 당연히 물의 범람이 잦았다. 두우도 마찬가지로 치수 작업에 관심과 고민을 거듭하다가 자라의 정령이라고 하는 별령에게 치수작업을 맡긴다. 별령은 신나게 치수 작업에 나섰고 두우는 모든 권력을 그에게 선물로 주었다. 그러나 그후 두우는 권력에서 밀려나 별볼일 없는 존재로 전락해 숲으로 쫓겨난다. 그리고 매일 울다가 마침내 죽고 만다.
두우가 울다 죽은 뒤 그 혼령이 두견새로 태어났고 토했던 피는 두견화(杜鵑花) 즉 진달래가 피었다는 전설이다. 두견새는 소쩍새, 접동새, 불여귀, 귀촉도로 불린다. 두우의 피를 머금고 피어난 진달래는 두견화(杜鵑花) 로 불린다. 그 두우가 살았던 곳이 지금의 스촨이다. 두우는 망제라고 부르고 그의 나라는 고촉국으로 적는다. 미당 서정주는 그런 전설을 한 토막을 끌고 와서 시를 지었다.
진달래 꽃 비오는 서역(西域) 삼만리! 파촉(巴蜀) 삼만리! 여기서 한반도로부터 서쪽으로 떨어진 파촉(巴蜀)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파(巴)와 촉(蜀)이 옛 스촨이다. 현재 충칭을 중심으로 하는 동부지역이 파(巴), 서부 광활한 평원지역이 촉(蜀)이다.
삼국지연의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유비와 제갈양이 촉한(蜀汉)을 세우며 중원의 오랑캐 땅 스촨은 북방 중국인들에 의해 중국적인 색채로 변모하면서 본격적인 중국 역사에 등장하게 된다. 그 후 몇 번의 대규모 전쟁과 기근으로 자연스럽게 이주민이 유입되면서 타 지역의 문화와 혼융混融하며 스촨 특유의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게 된다.
유방이 한나라를 세우는 기틀을 마련했던 사천성, 그 후 제갈공명의 제안을 받아들여 유비가 삼국통일의 위업을 세우기 위하여 힘을 기르던 사천성은 파촉(巴蜀)이라고도 부른다. 파촉이란 지금의 중경(重慶)을 중심으로 한 파국(巴國)과 성도(成都)를 중심으로 한 촉국(蜀國)을 합한 지명으로 현재 사천성(四川省) 전역에 해당한다.
그 파촉의 땅 스촨을 간다. 엄밀히 말하면 성도(成都)를 중심으로 한 촉국(蜀國) 수구어属国(shuguo)를 간다. 청두에서 쓰꾸냥산, 단바, 야딩, 다오청, 리탕… 동티벳을 마테 권오기가 간다.
권오기 여행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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