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임시동맹을 위하여

2025-01-30

12·3 내란 사태 이후 많은 사람들이 집회 현장으로 나왔다. 정치 고관여층 인사나 진보성향의 시민단체는 물론이고, 평소에는 집회에 잘 참여하지 않고 정치에도 관심이 없던 사람들까지 광장에 모였다. 2030세대의 여성들이 아이돌 응원봉을 들고 집회에 나와 특히 주목을 받았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당시 이화의 학생들이 두려움을 잊으려 불렀다는 “다시 만난 세계”가 만들어낸 세대 간의 융합은 최근 집회에서 절정을 보여주고 있었다. 중장년층이 케이팝을 배우고, 청년층은 오래된 민중가요를 배웠다.

그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메시지를 들고 집회에 참석했다. 깃발은 문화가 되어 서로를 고양했다. 시민들의 자유발언 주제도 넓었다. 계엄의 부당함과 현 여당에 대한 규탄을 포함하여, 정치개혁, 페미니즘, 환경, 퀴어 등, 이전 박근혜 탄핵 집회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주제를 말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을 불편해하는 이들도 있었다. 집회는 하나의 통일된 메시지를 내보내야 효율적이라거나, 이익집단들이 기회주의적으로 큰 집회에 숟가락을 얹으려고 한다는 이야기다. 간단히 말하면 대의에 방해된다는 말이다. 전혀 동의할 수 없다. 반대편에서 윤석열 탄핵 반대를 외치고 있는 사람들이 대의에 방해가 되는 사람들이지, 내가 동의하지 않는 문구의 피켓을 들었다고 훼방꾼 취급하는 것은 부당하다. 집회에서 무지개 깃발을 들고 있을 때 “나는 동성애를 지지하지 않으니, 깃발을 내려라.”라고, 말하는 것이 어떻게 대의가 될 수 있는가.

그들이 말하는 “대의”는 한껏 쪼그라들어 있다. 마치 내란수괴와 일당들이 합당하게 처벌받으면 버려질 것처럼 조잡해 보인다. 그렇게 해서 어떤 세상으로 나아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없다. 박근혜 탄핵 당시의 그 결여가 지금의 윤석열을 만들어냈다는 것을 놓치고 있다. 광장에서 불편한 메시지를 던지는 사람들은 다음 세상이 어때야 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용기 있게 말하는 이들이다. 세계의 미래를 제시한다는 면에서 대의라는 단어는 이들에게 더 잘 어울린다.

다양성은 기본적으로 민주주의에 있어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우리가 추구하는 민주주의 사회는 단일한 목소리가 아니라, 다양한 목소리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사회이다. 다양한 의견과 관점이 존중되고, 서로 다른 사람들이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더 나은 해결책을 찾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민주주의이다.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은 단순하지 않다. 복잡하고 다면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따라서 집회에서 이렇게 다양한 주제와 메시지가 나오는 것은 오히려 우리 사회를 위해 권장해야 한다. 우리의 목표는 단순히 정권 심판이 아니라, 나아가 더 많은 존재가 보호받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집회 현장은 모두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일사불란하게 진격하는 열병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다양한 의제들이 연결되고 경합하는 각축장이 더 바람직하다. 당신의 불편함은 당연하다. 그게 집회다. 피켓을 통일하라고 하지 마라. 무지개 깃발을 내리라고 하지 마라. 존중받지 못하는 존재들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귀를 막지 마라. 집회에 나온 옆 사람이 당신과 똑같은 사상을 공유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마라. 당신과 생각이 다르다고 배신감 느낄 필요도 없다. 우리는 같은 적을 두고 있지만 같은 편은 아니다. 언젠가 당신과 치열하게 싸울 것이다. 당장은 급한 불을 끄기 위한 임시동맹일 뿐.

천기현 시집책방 조림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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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동맹 #집회 #정치개혁

기고 gigo@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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