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민심은 ⑤] "그만 좀 싸워라" 외가 '강원'서도 냉랭하지만…"그래도 이재명 대통령 안돼"

2025-01-28

입력 2025.01.29 08:00 수정 2025.01.29 08:00 데일리안 동해·삼척(강원) = 김은지 기자 (kimej@dailian.co.kr)

대선 당시 尹에 압도적 지지 보냈지만

계엄·여야 첨예한 정쟁엔 싸늘한 시선

기대감↓…"민주당도 대안 될 수 있나?"

"정치 혐오 커져" "양당 모두 이기적"

20대 대선 후보 시절 '강원의 외손주'임을 내세웠던 윤석열 대통령은 강원도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지역 숙원 사업 해결 등 지역발전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었다. 2022년 3월 9일 치러진 대선에서는 윤 대통령은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대결에서 단 0.73%p 차로 승리했고, 역사상 유례없는 초접전 끝에 보수정당이 정권을 되찾아왔다.

당시 강원도민들은 윤 대통령에게는 54.18%, 이 후보에게는 41.72%의 지지를 보냈다. 결국 외가가 강릉인 외손자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두 사람 간 격차는 무려 12.46%p로 '두자릿수' 였다. 그만큼 20대 대선 결과를 좌우한 데는 강원도의 압도적인 지지가 있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하지만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탄핵정국과 조기대선 현실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지금은 어떨까.

설 연휴를 맞아 강원도 출신으로 지역에 연고가 있는 자들, 거주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본 결과 강원 지역에서는 이전보다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인 인식이 강한 기류가 나타났다.

이들 사이에선 12·3 비상계엄을 계기로 정치에 대한 관심도가 더 높아졌다면서도, 동시에 최근 정치 상황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간 정쟁이 그치지 않는 행태를 지적하며 미래 정치에 대해 기대감이 없다는 비판도 나왔다.

정모(30대·남·강릉)씨는 최근 정치에 대한 관심도와 거대 양당에 대한 이미지를 묻자 "주위에서는 이 기회에 정치에 관심이 생겼다는 말을 많이 한다. 다만 탄핵 반대든, 찬성이든 집회에 나간다는 친구들은 아직 본 적 없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의 행태가 도를 넘는 것 같다"면서도 "국민의힘도 비전이 없는 느낌"이라고 했다. 나아가 "이제 정치가 싸움을 멈추고 정말 나라를 위해서 일을 좀 했으면 좋겠는데, 그러나 그렇게 되리란 기대는 전혀 없다"는 냉소적 반응도 내놨다.

양당 모두를 싸잡아 비판하는 목소리는 다른 곳에서도 계속해 나왔다. 계엄 선포 등 윤석열 대통령의 실정과 함께 민주당 차기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비토도 함께 터져나왔다.

박모(20대·남·동해)씨는 "요즘 정치에 관심이 조금 있다. 어른들의 반응은 윤석열 대통령은 빨리 탄핵은 시키되,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하지만 향후 정치권에 바라는 기대는 딱히 없다"고 했다.

김모(30대·여·삼척)씨도 "계엄령 때문에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면서도 "그러나 다시 당파싸움으로 번지고 싸우는 뉴스만 반복되면서 관심을 잃게 됐다. 새해에도 시끄러운 정치 이야기만 들려오니 무의식적으로 거부감이 들게 됐다"고 했다.

자신의 정치성향에 대해선 "정치적으로 중립적 성향을 갖고 있고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선호하지 않는다"며 "국민의힘이든 민주당이든 자기 당만을 위해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이 좋지 않다. 정상적인 나라를 좀 만들었으면 좋겠다"고도 말했다.

유모(20대·남·춘천)씨는 "개인적으로 국민의힘은 사실상 계엄을 옹호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극우 중심으로 가는 것 같아 위험하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민주당도 윤석열 정부 이후 대안세력으로 떠오를 수 있나. 줄탄핵 등을 볼 때 그렇지도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새로운 집권세력은 한쪽만 바라보는 정치를 하지 않는 세력이 나와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김모(30대·여·춘천)씨 역시 "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 의결을 거치며 정치 관심도가 더 커졌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민주당·국민의힘 두 정당 모두 당리당략에 따라 움직인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딱히 어느 쪽을 지지한다고 명확히 밝히긴 어렵지만 계엄사태 이후엔 민주당의 활약이라고 해야 할까, 그것을 기대하고 지켜보는 중"이라고 했다.

또한 "주위 또래들은 대부분이 야당 지지자이며, 그렇다고 해도 이재명 당대표를 대선 후보로 인정하진 않는 분위기다. 주위 60대 이상에선 반으로 갈리는 모습"이란 기류도 전했다. 아울러 "일부 정치 무관심자는 대통령의 민생 외면에 탄핵 촛불집회에 나갈 정도로 활발한 활동을 하기도 했다. 서로를 깎아내리는 모습에 정치 혐오도 커진 모습이다. 우선 지도자 문제가 빨리 해결되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김모(30대·남·원주)씨는 "주위 친구들이나 어른들과 정치 얘기를 나눌 기회가 종종 생기는데, 이제는 정치이야기가 나오면 피하려고 하는 편이다.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어 인간관계에 영향을 미치기 싫다"고 답했다.

이어 "양당에 대한 이미지는 최악이냐 차악이냐가 아닌가. 소도둑과 바늘도둑이다. 그 외에는 나에게 와닿는 정책을 따져봐야겠지만 덜 나쁜 놈은 지금 시국에 누가 봐도 당연히 야당이 아닌가. 지금처럼 양당체제가 유지되는 한 우리나라는 영원히 이럴 거 같다. 그나마 기대하는 것은 확고한 제3당의 입지가 서야 그나마 조금이나마 나아지지 않을까"라고 했다.

한편 데일리안이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지난 20~21일 이틀간 무선 100% RDD 방식 ARS로 진행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48.8%(매우 지지 39.8%·어느 정도 지지 8.9%)로 나타났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9.6%(매우 지지 안 함 46.0%·거의 지지 안 함 3.6%)였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윤 대통령 지지율은 △강원·제주(51.0%, 0.4%p↓)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올랐다. △서울(54.4%, 11.2%p↑) △부산·울산·경남(PK, 57.6%, 8.8%p↑) △인천·경기(46.2%, 8.1%p↑) △대구·경북(TK, 54.6%, 2.6%p↑) △광주·전남북(32.0%, 0.8%p↑) △대전·세종·충남북(43.6%, 0.1%p↑) 순으로 상승 폭이 큰 것으로 집계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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