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8월 11일 전 협의체 회의 개최해 결정
업계 “POI 업데이트 투자도 않고 고정밀 반출 요구는 부당”
구글 세계 지도 대부분은 1대20만, 1대 2만 5000도 충분
구글의 고정밀 지도 반출 심사에 대한 결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정부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국내 플랫폼 업계와 전문가는 국내에서 길찾기 등 서비스를 위해 축척 1대5000의 고정밀 지도 반출을 요구하는 구글·애플의 주장이 비약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고정밀지도는 안보상 중요한 전략 자산이기 때문에 반출 결정을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속 제기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구글의 고정밀 지도 반출 판단을 결정해야 하는 다음 달 11일 전에 어떤 식으로든 최종 결론을 낸다는 입장이다.
고정밀 지도 반출을 결정하는 측량성과 국외반출 협의체는 지난 5월 1번 개최된 이후 열리지 않았다. 정부는 다음 달 11일 구글이 요청한 고정밀 지도 반출 판단 전에는 협의체 회의를 개최해 최종적으로 판단할 전망이다.
플랫폼 업계는 정부가 구글, 애플의 잇따른 고정밀 지도 반출 요청에 대해 신중하게 결정해달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특히 구글, 애플이 고정밀 지도 반출 신청서에서 축척 1대5000의 고정밀 지도가 없어 '길찾기' 등 핵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고 주장한데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길찾기, 내비게이션 기능 제공 유무는 현재 우리 정부가 제공하는 축척 1대2만5000의 지도에서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애플은 축척 1대2만5000 지도로도 부정확하나마 길찾기·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비해 구글은 이마저도 제공하지 않는다. 국토지리정보원은 1대2만5000 지도의 영문본까지 제공하고 있지만, 구글은 이를 바탕으로 한 기본적인 지도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구글이 세계적으로 1대2만5000보다 낮은 정밀도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도 구글, 애플 주장의 설득력을 떨어뜨린다. 안정상 중앙대 겸임교수는 지난 13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유엔 세계지형공간정보위원회(UN-GGIM)와 국제사진측량학회(ISPRS) 자료를 인용해 “세계적으로 구글이 확보한 지도 데이터는 1대2만5000보다도 정밀하지 않은 1대20만이 대부분이고, 1대2만5000 지도 데이터 마저도 아시아·아프리카 지역에서 확보율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플랫폼 업계는 사용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지도 서비스 경쟁력은 관심지점(POI)에 투자해 얼마나 최신 정보를 확보하는 것에 달려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구글 지도는 국내에서 기본적인 수준의 POI 정보만 확보했다. 전화번호 등 데이터가 없거나 업데이트도 느리다.
업계 관계자는 “고정밀 지도 데이터 구축에도 막대한 비용이 들지만 POI, 교통 데이터 관리 등에도 많은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면서 “국민 세금으로 구축한 정밀 지도 데이터인만큼 국내에서 세금 한 푼 제대로 내지 않고 국내 지도 서비스 최신화 등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하는 빅테크에 반출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와 관세 협상을 하고 있는 가운데 관세와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고정밀 지도를 반출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축척 1대5000 지도는 1대2만5000 지도와 달리 군부대 초소 등과 같은 세부적인 위치를 판별할 수 있는 안보상 중요한 전략 자산이기 때문이다.
이정현 서울여대 지능정보보호학부 교수는 “1대5000 지도는 미국·독일·영국·한국 등 5~6개 국가 밖에 갖고 있지 않으며 우리나라는 특히 집약적으로 고정밀 지도가 구축돼 있다”면서 “해상도(정밀도)가 좋은 고정밀 지도를 구글 어스와 겹치면 좌표가 정확하게 나오는데, 안보상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