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한 코 한 코 떠 내려간 나의 특별한 니트웨딩드레스

2025-03-28

내가 만약에 결혼하게 된다면, 꼭 엄마가 만들어주는 드레스를 입고 할 거야!”

“오냐, 세상에 예쁜 웨딩드레스가 얼마나 많은데 그때 돼서도 그렇게 말하나 한번 보자!”

어려서부터 입버릇처럼 말했던 소망이 현실이 될 줄은 몰랐다. 다음달 이하니씨는 어머니 신미애씨가 만든 웨딩드레스를 입고 결혼식을 올린다. 어머니는 2개월 동안 수편기와 돗바늘, 코바늘로 한 코 한 코 드레스를 지었다. 36년간 니트 작업을 해온 어머니가 니트작가 딸을 위해 만든 세상에 하나뿐인 니트웨딩드레스다.

“완성된 드레스를 보여주시는데, 형언할 수 없는 기분이었어요. 늘 엄마에 대해 감사함과 존경심을 갖고 살아가는데, 그 순간에는 이 드레스를 만들면서 (엄마가 느꼈을) 딸을 떠나보내야 하는 심정에 대한 걱정이 들면서 알 수 없는 죄송한 마음이 더 컸습니다. 여러 가지 복잡 미묘한 감정이었어요.”

처음엔 이씨도 여느 신부처럼 웨딩숍 드레스를 고려했다. 하지만 ‘몸에 꼭 맞고 활동성이 좋으면서도 가끔 기분 전환으로 입을 수 있는 드레스’라면 니트만 한 게 없었다. 무엇보다 “스승님인 엄마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진지하게 어머니께 드레스 제작을 부탁했다. 하지만 결과물이 “이렇게까지 아름다울 줄은 몰랐다”고 했다. 딸은 “역시 신미애 최고!”를 서른 번쯤 외쳤다.

크림색의 드레스에는 두 종류의 실이 사용됐다. 드레스 상의 몸통 부분은 카디프(Cardiff)사의 캐시미어 S를 썼다. 캐시미어라 촉감이 부드럽고 가벼워 드레스 소재로 손색이 없다. 이씨는 “색감으로 유명한 이태리사의 제품인 만큼 다채롭고 섬세한 컬러감이 돋보인다”고 설명했다. 소매와 스커트에는 랭(LANG)사의 레이스가 들어갔다. 실크와 슈퍼 키드 모헤어가 만난 레이스는 깃털처럼 가벼운 무게감과 부드러운 촉감이 일품이다. 촉감과 색감 등을 따져 엄선한 실의 가격만 얼추 80만원. ‘작품비’는 차마 헤아리기 힘들다. 신부만큼이나 감동한 예비 사위도 “장모님 실력이 이 정도일 줄 몰랐다”며 연신 드레스를 만져보고 얼굴에 대보았다.

“식을 올리는 곳이 샌프란시스코의 베이 에어리어 쪽인데 4월에도 날씨가 쌀쌀하다고 하여 걱정이 많았습니다. 제 딸은 추위를 정말 많이 타거든요. 그래서 긴소매로 디자인해야 했는데, 어떻게 해야 라인을 예쁘게 잡을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재봉틀을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만 꿰매다 보니 프릴이나 셔링 등의 디테일 모양을 잡는 것이 여간 까다롭지 않았다. 그럼에도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고 말하는 신씨는 취미로 시작해 전국 기능대회에서 입상한 뒤 각종 심사와 강의 활동을 하는 베테랑 ‘뜨개인’으로 개인 브랜드 디자이너와 25년째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대여섯 살부터 바늘을 잡았던 딸은 자연스레 옷의 구조와 재료에 대해 익힌 뒤 패션 디자인을 공부했다. 국내 브랜드의 총괄 디렉터로 근무하던 이씨는 “할머니가 되어서까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니트작가로 돌아섰다. <마마랜스의 일상 니트> 등 두 권의 책으로 잘 알려진 그는 현재 스타일리시한 디자인과 포인트 컬러를 선보이는 니트 브랜드 ‘마마랜스’를 이끌고 있다.

“모든 모녀 관계가 특별하지만, 주변에서 저희는 조금 유별나다 할 정도로 애착 관계를 형성하고 있어요. 같은 집에 살고 같은 작업실에서 일하는데, 서로의 에너지가 잘 맞고 작은 것 하나까지 공유하다 보니 베스트 프렌드 같은 느낌이에요.”

이씨는 오는 4월5일 7년간 고난의 ‘롱디’ 연애를 해온 콘트라베이스 연주자이자 교사인 미국인 맥스씨와 결혼식을 올린다. 니트드레스에는 요즘 유행하는 비즈 장식과 같은 화려함은 없지만 프릴의 캉캉 디테일이 있어 스타일링에 따로 힘을 줄 필요가 없다. 이날 신랑은 연한 베이지색 슈트에 샴페인 컬러의 넥타이 차림으로 신부 옆에 서기로 했다.

“드레스가 전체적인 실루엣이 간결하면서 기장이 너무 길지 않아 결혼식이 아니라도 특별한 날에 입을 수 있는 활용도 높은 디자인이에요. 남편과의 기념일이나 화이트 파티에 꼭 다시 입고 싶어요.”

뜨개 하면 ‘할머니옷’부터 떠올린다면 진짜 옛날 사람이다. 니트에도 유행이 있다. 손가락 굵기만 한 양모실로 짠 루피망고 모자, 문어 다리 같은 술 장식이 달린 베를린 스카프 등의 소품뿐만 아니라 최근 해외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앞다투어 선보인 크로셰 백도 가장 ‘핫’한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이씨는 “니트는 모피 다음으로 긴 역사를 가졌다”며 “최근 몇년간 니트 열풍이 다시 불면서 많은 분이 그 매력에 빠진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디자인이라도 어떤 소재와 컬러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는 점도 독창성을 중시하는 요즘 세대를 사로잡았다.

“작년에 돌아가신 시할머니께서 ‘네가 하고 있는 일은 단순한 행위가 아닌 오랜 세월을 거쳐 만들어진 헤리티지(Heritage·유산)야. 그리고 너만의 헤리티지를 만들어가고 있는 모습이 참 자랑스럽구나’라고 하셨어요. 누군가가 니트는 무엇이냐 묻는다면 저는 ‘선으로 면을 만드는 낭만적인 일’이라고 대답할 거예요.”

실과 바늘만 있다면 누구나 이씨가 예찬하는 낭만을 만끽하고 소중한 사람에게 평생 잊지 못할 감동까지 선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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