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년간 구입 경험 증가···밥·국물 증가
“조리 시보다 비용 적게 들어” 이유 많아
“다양한 음식 맛볼 수 있어서” 답변도

가정간편식이 한국의 식탁을 바꾸고 있다. 고물가로 집밥 수요가 늘면서 허기를 채우는 ‘식사 대용’이 아닌 간편하게 즐기는 ‘한 끼’로 자리 잡고 있다. 1인 가구뿐 아니라 가족 단위 소비에서도 간편식이 주요 선택지가 되고 있다.
9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2024년 가공식품 소비자태도 조사’를 보면, 최근 1년간 간편식 구입 경험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구입 경험 비율이 가장 높은 품목은 ‘만두·피자류’(94.8%)로 2023년(87.8%)보다 7%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밥류’(84.0%→89.7%)와 ‘소스·양념류’(77.9%→88.9%), ‘국류’(77.8%→87.5%) 등도 모두 구입 경험 비율이 늘었다.
전년 대비 구입이 증가(5점 척도 중 3점 이상)한 품목은 ‘즉석밥류’(3.05점), ‘즉석국류’(3.02점), ‘만두·피자류’(3.16점)이었다. 나머지는 전년 대비 구입이 감소했다. 이번 조사는 식품소비자 2156명을 대상으로 벌였다.
응답자들은 대개 간편식을 ‘일상 식사용’으로 구입했는데, 69.1%가 ‘저녁식사’로 이용한다고 했다.
간편식을 구입하는 이유로는 ‘재료를 사서 조리하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들어서’(20.3%), ‘조리하기 번거롭고 귀찮아서’(19.4%),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어서’(13.9%) 등을 꼽았다. 반면 간편식을 구입하지 않는 이유는 ‘가격이 비싸서’(19.1%), ‘원재료 원산지와 품질이 의심스러워서’(15.6%) ‘신선도·유통기한 등 안전성이 염려돼서’(13.5%) 등이었다.
구입 주기는 품목과 상관없이 ‘주 1회’ 비율이 가장 높았다. 도시락·샌드위치 같은 ‘즉석섭취식품’ 26.5%, 밥류·국류 같은 ‘즉석조리식품’ 23.8%, 샐러드 같은 ‘신선편의식품’ 23.4%, 간편조리세트(밀키트) 13.2% 등이었다.

응답 가구의 월평균 간편식 구입액은 약 10만9000원이었다. 간편식 구입은 가구 월평균 소득이 높을수록 많았다. 가구 월평균 소득이 200만원 미만일 때 6만7000원인 간편식 구입액은 소득 600만원 이상에선 13만1000원이나 됐다. 특히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어서’ 간편식을 먹는다는 답한 가구에선 월평균 14만2000원을 썼다.
간편식 지출이 늘면 외식비나 신선식품비(농축수산물) 지출이 줄어들까. 집에서 식사를 준비한다는 것을 뜻하는 신선식품비는 공통되게 줄었지만, 외식비는 가구 수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였다. 1인 가구에서는 줄었지만 2인 이상 가구에서는 감소하지 않은 것이다.
보고서는 “1인 가구에서는 간편식으로 식사 목적의 외식을 대체하는 것”이라며 “2인 이상 가구에서는 외식이 식사 목적에만 있지 않고 행사나 가족 모임 등에 의한 부분도 커 간편식과 외식이 대체 관계를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간편식은 통상 1인 가구가 ‘혼밥’으로 즐길 것으로 생각하지만, 2인 가구 이상에서도 대부분 향후 1년간 간편식 구입이 비슷하거나 증가할 것으로 봤다. 향후 간편식 구입 증가 비율은 1~2인 가구(20.8%, 16.9%)보다 3~4인 이상 가구(23.0%, 22.9%)에서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다만 가구주 나이가 많을수록 향후 1년간 간편식 구입이 증가할 것으로 보는 비율은 줄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간편식 시장 규모는 2017년 3조4000억원, 2022년 5조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간편식 시장 규모가 약 7조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기업들도 간편식에 공을 들이고 있다. SSG닷컴은 프리미엄 식료품 전문관 ‘미식관’을 지난 6월 리뉴얼하고 미쉐린 셰프 김건과 협업한 일본식 가정간편식 등을 선보이고 있다. 컬리도 이연복 등 다양한 셰프들의 간편식을 판매하고 있다.
최근 열린 국제 식품 박람회 ‘아누가 2025’에서도 동원그룹은 한식 가정간편식 전문 브랜드 ‘양반’을 통해 떡볶이와 김, 김치, 즉석밥 등 한식 제품을 선보였다. 제너시스BBQ는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중 이 박람회에 유일하게 참가해 닭가슴살과 안심살로 만든 간편식 3종을 내놨다.
보고서는 “식품 기업 관리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향후 가장 크게 성장할 식품 부문이 간편식이었다”며 “최근 간편식 시장 급성장에 따라 그 특성도 다변화되고 다양화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