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 연휴에 이어지는 가족 모임과 기름진 음식. 갈비찜, 잡채, 전, 송편으로 차려진 밥상을 몇 번만 들러도 하루 섭취 칼로리가 1만㎉를 훌쩍 넘는다. 연휴가 끝난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체중이 2~3㎏ 늘었다”는 하소연이 흔하다.
서울의 한 직장인 김모(38)씨는 올해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체중계에 올라 깜짝 놀랐다. 평소보다 3㎏ 가까이 불어난 수치가 찍힌 것이다. 김씨는 “갈비찜, 전, 송편까지 모임 때마다 먹다 보니 아침·점심·저녁 구분이 없었다”며 “회사 복귀 첫날 바지가 갑자기 끼어서 난감했다”고 말했다.
주부 이모(42)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그는 “명절 음식 준비하면서 맛보다가, 또 가족끼리 앉아 먹고, 남은 음식도 치우기 아까워 계속 먹다 보니 체중이 늘었다”며 “연휴 뒤 다이어트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했다.
실제로 명절 음식은 칼로리 폭탄에 가깝다. 갈비찜 한 접시는 900~1,200㎉, 잡채 한 접시는 700㎉ 정도다. 동그랑땡 전은 개당 150㎉ 수준으로 10개만 먹어도 1,500㎉에 달한다. 송편 5개는 500㎉ 안팎이다. 모임에서 한두 접시씩만 먹어도 성인 하루 권장 섭취 열량(남성 2,500㎉, 여성 2,000㎉)의 두세 배를 훌쩍 넘는다.
문제는 단순한 체중 증가에 그치지 않는다. 기름지고 짠 음식은 혈당과 혈압 관리에도 부담을 준다.
강북삼성병원 최진선 영양사는 “명절 음식은 대부분 기름에 부치거나 양념이 강하기 때문에 체중 증가뿐 아니라 위장 장애, 혈압 상승으로 이어지기 쉽다”며 “특히 평소 고혈압이나 당뇨를 앓는 중장년층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명절 이후 ‘리셋 주간’을 두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고열량 음식을 끊고, 매일 30분 이상 걷기·가벼운 근력 운동을 하면 늘어난 체중을 1~2주 안에 회복할 수 있다. 체중 감량을 서두르기보다 규칙적인 생활 리듬을 되찾는 것이 우선이다.

추석이 끝났지만, 체중과 건강 관리 전쟁은 이제 시작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직장인 오모(35)씨는 “추석 밥상에서 행복했지만 연휴가 끝나니 체중계가 냉정하다”며 “동료들과 ‘명절 살 빼기 챌린지’를 하기로 했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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