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방산시장 재편 흐름...견제 속 돌파구 찾는 K-방산

2025-03-16

EU, 방산 자립 시도...유럽산 무기 우선 도입 계획

“1년 내 무기 공급”...K-방산 ‘성능·속도’로 승부수

유럽 견제 속 빠른 납기 신뢰...현지생산 전략 강화

유럽이 방위산업 자립에 속도를 내면서 국내 방산업계에 경고등이 켜졌다. 반면 한국 방산업체의 강점인 빠른 납기와 유럽 현지 생산 전략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방산업계가 공급망 병목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한국은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설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이 방산 물자 구매 시 유럽산을 우선 도입하도록 하는 ‘바이 유러피안(Buy European)’ 정책을 내세우면서 유럽 방산시장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 EU가 자국 방산업체 보호를 위해 한국산 무기 견제에 나선 영향이다.

EU는 최근 총 8000억 유로(약 1261조원) 규모의 ‘유럽 재무장 계획’을 내놨다. 이 중 1500억 유로(약 236조원)는 대출 지원금 형태로 제공되며 유럽산 무기를 우선 구매하도록 명시했다. 전략적 방위 부문의 공공조달에서 유럽 제품을 우선 구매하고 유럽산 제품이 없을 경우에만 같은 생각을 가진 제3국 제품을 도입하되 완전한 통제권을 요구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방산 강국들은 최근 협력을 통해 유럽산 무기의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한국산 무기를 견제하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노르웨이와 스웨덴이 독일의 레오파르트 전차를 도입하고 프랑스와 독일이 차세대 주력 전차의 공동 개발에 나선 것도 이 같은 흐름과 맞닿아 있다.

하지만 한국 방산업체들은 유럽의 견제 속에서도 빠른 납기를 앞세워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한국 파트너들이 최신 무기를 수개월 안에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주문하면 1년 안에 배송이 된다”고 평가했다. 그는 “유럽의 다른 파트너들은 인도까지 수년이 걸린다고 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폴란드는 2022년 한국과 약 17조70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맺고 K9 자주포 212문과 K2 전차 180대, FA-50 경공격기 48대 등을 도입했다. 이 중 FA-50은 갭필러(GF) 버전 12대를 계약 1년 3개월 만에 납품했고 K9 자주포와 K2 전차는 계약 체결 후 불과 2개월 만에 초도 물량이 인도됐다.

루마니아 역시 한국의 K9 자주포 도입 과정에서 폴란드의 성공 사례를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K-방산의 빠른 납기와 우수한 성능이 입소문을 타면서 인근 국가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유럽 업체들도 대응에 나섰다. 독일의 폭스바겐은 최근 자동차 판매 부진으로 가동 중단된 독일 공장 2곳을 방산 생산기지로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독일 방산업체 라인메탈 역시 자동차 부품 공장을 방산공장으로 전환해 생산 속도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에 맞서 국내 방산업체들은 현지 생산 전략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에 생산 체계를 구축했고 현대로템은 노르웨이와 폴란드에서 현지 생산 확대 전략을 추진 중이다. LIG넥스원은 유럽 내 방공 시스템 및 미사일 방어 체계 수주를 강화하고 있다.

중동 시장에서도 한국산 무기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동을 포함한 전 세계 국가에 방위비 증액을 요구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이 한국산 무기 도입을 확대하고 있어서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국내 방산업체의 성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JP모건은 “유럽과 중동의 방위비 증액이 한국 방산업체의 실적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한국 방산업체의 연간 신규 수주 규모가 19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의 보호무역 강화가 K-방산에 단기적 위기로 작용할 수 있지만 현지 생산 기반이 강화되면 오히려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K-방산의 강점은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닌 우수한 성능과 신속한 납기에 있다”며 “유럽과 중동의 방위비 확대 기조가 지속되는 만큼 국내 방산업체들이 새로운 기회를 찾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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