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28일 '2분기 가계동향 조사 결과' 발표
실질 소비 -1.2%…코로나 이후 4년만 최대 감소
내구재 소비 둔화·세계 불확실성에 소비심리 악화
월평균 소득 2.1%↑…실질 소득 전년비 제자리
[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올해 2분기 가구의 실질 소비지출이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실질 소득은 전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는 소득이 줄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물가 부담 탓에 가계가 지갑을 닫은 결과로 해석된다. 특히 2분기 내내 진화되지 않은 국내외 불확실성이 소비 심리 위축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 2분기 월평균 소비지출 0.8%↑…물가 고려한 실질 지출은 '마이너스'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5년 2분기 가계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83만6000원으로 전년 같은 분기보다 0.8% 증가했다.
지출은 기타 상품·서비스(13.0%)와 음식·숙박(3.3%), 보건(4.3%) 등에서 늘었다. 반대로 교통·운송(-5.7%)과 가정용품·가사 서비스(-9.9%), 의류·신발(-4.0%) 등에서는 감소했다.

물가 수준을 고려한 실질 소비지출은 1.2% 감소했다. 물가 상승분을 제외하면 실제 소비량은 줄었다는 의미다.
실질 소비지출은 올해 1분기(-0.7%)에 이어 2개 분기 연속으로 감소했다. 2분기 감소폭인 -1.2%는 코로나 펜데믹이 창궐했던 2020년 4분기(-2.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약 4년여 만에 최대 감소를 기록한 것이다.
앞서 실질 소비지출은 지난해 2분기와 3분기에는 각각 1% 넘게 늘었지만, 4분기에는 0.9%를 기록하며 1%를 하회했다. 이어 올해 1분기와 2분기에는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에 관해 이지은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자동차나 가전기기 등 지출 금액이 큰 내구재 소비가 낮아지면서 명목 증가폭이 둔화했고, 이에 물가를 고려한 실질 소비지출도 감소했다"며 "전체적으로 봤을 때 4월부터 6월까지 이어진 국내외 사회·경제적 불확실성이 소비 심리 위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소득 분위를 기준으로 보면 소비지출은 고소득 가구보다 저소득 가구에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소득 하위 20% 이하인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130만4000원으로, 전년 같은 분기 대비 4.1% 증가했다. 1분위 가구의 소비지출 비중은 식료품·비주류 음료(22.0%)와 주거·수도·광열(19.4%), 음식·숙박(12.5%) 등으로 나타났다.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494만3000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4% 늘었다. 5분위 가구의 소비지출 비중은 음식·숙박(15.6%)과 교통·운송(15.0%), 식료품·비주류 음료(12.5%) 순으로 높았다.
◆ 2분기 월평균 소득 8개 분기 연속 증가…1~5분위 가구 모두 오름세
올해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플러스를 기록하면서 8개 분기 연속 증가했다. 반면 실질 소득은 제자리걸음을 걸었다.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06만5000원으로, 전년 같은 분기 대비 2.1% 늘었다. 물가 수준을 고려한 실질 소득의 증가폭은 0.03% 수준으로 사실상 전년 동기와 비슷한 규모를 유지했다.

소득 분위별로 보면 1~5분위 가구 모두에서 소득이 증가했다. 1분위 가구의 경우 근로소득(-7.3%)은 감소했으나, 사업소득(10.2%)과 이전소득(5.7%) 중심으로 소득이 증가하면서 전체 가계소득 증가율(2.1%)을 상회했다.
5분위 가구에서는 근로소득(-1.1%)과 사적이전(-1.4%)을 제외한 모든 소득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증가했다.
이에 대해 이지은 통계청 과장은 "1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이 줄어든 데는 근로자 가구 자체가 많이 줄어든 사실이 영향을 미쳤다"며 "5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은 가구 구성이 계속 달라지기 때문에 증감률 변동성이 크지만, 특성을 살펴보면 취업 가구원 수가 감소한 영향이 있다. 가구 안에서 취업 가구원이 줄면서 근로소득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소득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실질 소비지출이 줄면서 평균 소비성향은 전년 동기보다 0.5%포인트(p) 하락한 70.5%를 기록했다. 평균소비성향은 소득에서 이자 등 비소비지출을 뺀 처분가능소득 대비 소비지출 비중을 뜻한다. 올해 2분기까지 4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흑자액은 전년 같은 분기보다 3.3% 증가한 118만8000원을 기록했다. 흑자율도 0.5%p 상승한 29.5%로 집계됐다.
통계청은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심리 지표와의 괴리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한은의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향후 경기와 지출 전망에 대한 가계 심리를 반영하는 지표인 반면, 통계청의 가계동향 조사는 실제 지출 내역을 집계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앞서 한은이 발표한 8월 CCSI는 전월(110.8)보다 0.6p 오른 111.4로, 2018년 이후 7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지은 통계청 과장은 "한은의 소비심리 지표에는 필수적인 지출이 많이 들어가는데, 통계청 조사에서도 식료품이나 음식 등 필수 항목들의 지출은 증가하고 있다. 소비자 피부에 와닿는 항목들에서는 공통적으로 지출이 증가했다"면서도 "이번 가게동향 조사에는 내구재 지출 금액이 실질적으로 감소한 사실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r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