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국제대회 우승 합작
‘남자 탁구 미래’ 오준성
‘국대 감독’ 아빠 오상은

어릴때부터 버팀목이자 목표
아빠 파워는 아직 못 따라가
5월 세계선수권서 결과 내면
올림픽 메달도 가능성 있겠죠
종합선수권 우승은 5년 이르고
세계랭킹도 나보다 훨씬 빨라
명맥 끊긴 올림픽 메달
준성이가 가져올거라 믿어
‘피는 못 속인다’는 말은 한국 탁구에서 정설이 되고 있다. 부모 뒤를 이어 라켓을 잡고 세대교체 중심에 선 ‘탁구 2세’들, 그 대표주자가 오준성(19·수성방송통신고)이다.
수줍은 미소로 국제대회 정상에 오른 오준성은 오상은 남자탁구대표팀 감독(49)의 아들이다. 한국 탁구의 새 역사를 쓰면서 3년 뒤 LA 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지난 2일 월드테이블테니스(WTT) 챔피언스 인천 2025가 열린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만난 오준성은 “자랑스러운 아빠에 어울리는 아들이 되고 싶다. 한국에서 탁구를 잘 했던 선수를 떠올리면 제 이름이 나올 정도로 잘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오준성은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는 샛별이다. 오준성은 2023년 종합선수권대회에서 역대 최연소(17살)로 남자 단식 우승을 차지했고, 지난해 10월 아시아선수권대회 4강까지 오르면서 승승장구했다. 그리고 지난달 인도 첸나이에서 열린 WTT 스타 컨텐더 남자 단식에서 한국 선수로는 첫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지난 1월부터 국가대표 사령탑을 맡은 아버지와 함께 참가한 첫 대회에서 이룬 성과라 기쁨은 두 배였다.
오준성은 “우승한 순간에는 국내 대회와 별 다른 느낌이 없었는데 응원하는 분들 반응이 달랐다”며 “SNS에서 ‘좋아요’를 눌러주시는 분들이 국내 대회에서 300~500명이었다면, 이번 대회는 1만명이었다”고 말했다.
오준성은 8살 탁구에 입문했다. 집 근처 탁구장에서 조금씩 그 매력에 빠져들어 이제 탁구 없는 삶은 생각도 하지 못하게 됐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또래에 비해 처진다는 평가를 받았던 그가 매섭게 성장한 비결이다. 오준성은 진천선수촌에서도 훈련을 가장 먼저 시작해 가장 늦게 마치는 선수로 유명하다. 아버지를 가장 흐뭇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오준성은 “탁구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아빠라는 든든한 존재가 있어서 그저 좋기만 했다. 탁구만 바라볼 수 있었던 비결”이라면서 “지금도 아빠의 뒤를 따라가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아버지인 오 감독은 한국 탁구의 간판스타였다. 종합선수권대회에서 6차례 우승했고 2012년 런던올림픽 남자단체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오 감독은 아들이 자신의 현역 시절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종합선수권대회는 우리 나라에서 가장 큰 대회”라면서 “난 첫 우승을 22살에 했다. 아들은 나보다 5년이 빠르다. 또 WTT 스타 컨텐더 우승으로 국제탁구연맹(ITTF) 랭킹이 벌써 20위까지 올랐는데, 난 이 나이에 랭킹이라는 게 없었다”고 말했다.
아버지와 아들이 인정하는 공통된 사실은 서로 탁구 스타일이 다르다는 점이다. 시원시원한 공격이 오 감독의 강점이었다면, 오준성은 빈 틈을 내주지 않는 철저한 탁구로 상대를 무너뜨린다. 유남규 대한탁구협회 경기력향상위원장은 “아들에게는 현역 시절 고민이었던 단점을 물려주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기본기가 탄탄해 좀처럼 실수를 안 한다. 준성이를 이기려면 압도적인 기량차가 필요하다”고 감탄했다.
오준성은 “확실히 제가 간결하게 빠른 탁구를 하는 스타일인 것 같다”라면서 “아무래도 탁구 자체가 변한 것도 영향이 있겠지만 힘에서는 아빠한테 좀 밀린다”라고 말했다.
오 감독은 아들이 힘있는 탁구까지 습득한다면 자신의 런던올림픽 메달 이후 끊긴 한국 남자 탁구의 올림픽 메달 맥을 다시 살릴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 5월 눈앞으로 다가온 도하 세계선수권대회가 하나의 시금석이 될 수 있다.
오 감독은 아들의 어깨를 감싸면서 “이젠 우리 집에 준성이가 메달을 가져올 거라 믿는다. 요샌 트로피를 주는 경우도 많은데, 내 올림픽 메달하고 같이 전시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메달에 대한 갈망은 오준성 자신이 가장 강하다. 그는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단체전 은메달을 선배들과 함께 목에 걸었지만 주역은 아니었다. 당시를 떠올린 오준성은 “처음 큰 무대를 경험하면서 목표도 확실해졌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선 내가 제일 못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도전해 좋은 결과를 가져오고 싶다. 그러면 내년 아시안게임이나 3년 뒤 올림픽도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