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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하나의 병해가 아니라 여러 병해에 강한 복합내병성 품종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수확기가 빠르고 비가림 재배가 용이한 조생종 수요도 늘고 있습니다.”
유나리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채소기초기반과 농업연구사는 고추농가들의 재배 품종 변화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유 연구사는 원예원의 고추 현장 전문가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고추 재배면적은 2만6436㏊로,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75년 이후 가장 작았다. 하지만 고추 생산량은 6만8074t으로 전년(6만1665t) 대비 10.4% 늘었다. 유 연구사는 “재배면적 감소에도 생산량이 증가한 것은 내병성 품종 보급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유 연구사는 “시중에 판매 중인 고추 종자는 탄저병·토마토반점위조바이러스(TSWV·칼라병) 등에 대해 동시 저항성을 갖추는 추세”라며 “중장기적으로는 청고병(풋마름병)이나 신종 바이러스 병해에도 강한 다층적 복합내병성 품종이 각광을 받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유 연구사의 말은 농가 설문조사와도 그대로 일치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1월 내놓은 ‘농업전망 2025’를 보면 고추농가들은 2025년산 재배 선호 품종으로 복합내병계(27.5%)와 탄저내병계(21.2%) 등 내병성 품종을 1·2위로 꼽았다.
유 연구사는 조생종 품종도 주목된다고 강조했다. 여름철 폭우·폭염 등 이상기상이 자주 나타나면서 수확시기를 최대한 앞당겨 피해를 예방하려는 농가가 늘었다는 것이다. 유 연구사는 “최근 경북 영양지역에선 조생종 품종을 비가림시설에서 재배해 수확기를 한달가량 당긴 사례도 나타났다”고 전했다.
유 연구사는 “농촌 고령화로 인력난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귀농인·청년농은 일손이 많이 필요한 작물을 대체로 기피한다”면서 “노동력을 절감할 수 있는 품종이 차세대 인기 주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성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