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원장 “플랫폼 규제, 혁신의 촉매…규제 없으면 기존 사업 매몰”

2025-12-15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15일 "디지털 시대의 플랫폼 규제는 기업의 발목을 잡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현실에 안주하는 빅테크를 새로운 혁신의 장으로 등 떠미는 촉매제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거대 플랫폼의 혁신 정체를 막기 위해서라도 규제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규제의 당위성을 강하게 역설해 주목을 끌었다.

주 위원장은 이날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가 주최한 특별 간담회에 참석해 '대전환과 경쟁 정책'을 주제로 강연하며 이 같은 역설적인 규제 철학을 제시했다. 이날 회담에는 제임스 김 암참 회장 겸 대표이사도 참석했다.

이날 강연의 핵심은 규제의 재해석이었다. 주 위원장은 "플랫폼 시장은 데이터와 네트워크 효과로 인해 소수 기업의 독과점이 필연적이다”면서 규제가 혁신을 저해한다는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주 위원장은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사례를 볼 때, 적절한 규제 압력이 없다면 빅테크 기업들은 검색엔진이나 OS(운영체제) 등 이미 성공한 캐시카우에만 안주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경쟁 당국의 규제가 기업들로 하여금 기존 시장의 지대 추구에서 벗어나 AI와 같은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눈을 돌리게 하는 강력한 동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 위원장은 이를 일반균형적 접근이라고 설명하며 “규제를 통해 플랫폼 간의 경쟁을 촉진하고, 이 과정에서 파생되는 혁신이 입점 업체와 소비자에게까지 확산되도록 하는 것이 공정위의 목표”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그는 혁신을 유도하는 유인책과 함께 불공정 행위에 대한 제재의 강도도 대폭 높이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주 위원장은 이날 한국의 법 집행 현실에 대해 “한국의 경제적 제재 수준은 EU(유럽연합)나 일본 등 다른 선진국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을 위반해서 얻을 수 있는 기대 이익보다 과징금 액수가 턱없이 적다면, 기업들은 과징금을 단순한 비용으로 치부하게 된다”며 “이러한 구조에서는 시장의 불공정 관행을 근절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주 위원장은 "공정경제 시스템 인프라를 개혁해 제재 수준을 현실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향후 공정거래법 개정 등을 통해 과징금 부과 기준율을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으로 상향 조정하여, 법 위반에 대한 억지력을 확실하게 확보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주 위원장은 이와 함께 공정위의 4대 핵심 정책 과제로 △중소기업 경영 애로 해소 △공정 경쟁 시장 조성 △소비자 신뢰 구축 △법 집행 시스템 선진화를 제시했다.

특히 하도급 분야에 대해 "한국의 하도급 관행은 여전히 낡고 불공정한 측면이 많아 현대화가 시급하다"며 납품단가 제값 받기 등 중소기업의 협상력 강화를 약속했다. 또한 배달앱 등 생활 밀착형 플랫폼의 불공정 행위와 대기업 집단의 사익 편취 및 부당 내부거래에 대해서는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주 위원장은 참석한 미국 기업 관계자들을 향해 규제의 형평성을 거듭 약속했다. 그는 “플랫폼 시장을 감시함에 있어 국내 기업과 외국 기업 간의 차별은 없을 것”이라며 "불필요한 장벽으로 외국 기업이 역차별받는 일이 없도록 비차별 원칙을 확고히 지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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