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캐릭터 배우’ 성룡이 우상”···마동석이 말하는 ‘마동석표 영화’의 딜레마’

2025-04-24

“마동석, 이제 악마까지 때려잡는다! / 첫 오컬트 액션 도전! / 압도적으로 통쾌한 마동석표 액션이 온다!”

30일 개봉하는 영화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를 소개하는 홍보 문구다. 마동석의, 마동석에 의한, 마동석을 위한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의 ‘오컬트 판’임을 대놓고 내세운 영화다. 그도 그럴 것이 4편까지 나온 <범죄도시> 시리즈는 3000만명 넘는 관객을 동원한 흥행 보증수표이기 때문에 그 힘에 기대고 싶은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미국의 마블 스튜디오에서 제작하는 슈퍼히어로물 속 세계관을 일컫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약자 MCU가 한국에서는 ‘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니 말이다.

문제는 배우 마동석의 이미지가 너무도 고착된 나머지 그가 출연하는 모든 영화가 ‘그 나물에 그 밥’이란 평가를 받기 십상이라는 점이다. 이번 영화 <거룩한 밤>도 그 논란에서 자유롭기는 어렵다. 흥행 보증수표와 뻔한 영화라는 딜레마적 상황에 놓인 배우 마동석을 만나 이번 영화와 그의 캐릭터에 대해 들어봤다.

마동석은 24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나 “시나리오 개발 단계에서 여러 사람과 논의를 하면서 ‘전혀 다른 인물을 해볼까’ 제안도 했지만, 회의 결과 기존 ‘마동석 캐릭터’를 하는 걸로 정했다”며 “관객 입장에서는 기시감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캐릭터의 자기복제성이 갖는 영화적 한계를 명확히 인지하면서도 영화 제작진 다수가 ‘현상유지’를 원했다는 것이다. 마동석은 이번 영화에 주연뿐 아니라 제작자로도 참여했고 감독과 주·조연 배우 캐스팅에도 관여했다.

고정된 캐릭터는 사실 배우로서 큰 장점일 수 있다. 마동석 하면 조건반사적으로 연상되는 이미지 또는 ‘아, 그 영화’하고 떠올리게 되는 식이다. 이런 류의 대표적인 배우가 홍콩 출신 액션 스타 청룽(成龍·성룡)이다. 마동석은 “어려서부터 성룡 같은 액션배우가 꿈이었다”며 “사극이건 형사물이건 캐릭터 배우로서 입지가 확실한 성룡처럼 당분간 액션영화에서는 계속 마동석 캐릭터를 투영시킬 것 같다”고 했다.

영화 <거룩한 밤>은 악을 숭배하는 집단에 의해 장악돼 가는 도시를 배경으로 한다. 여기서 해결사 역할을 하는 퇴마사 팀 ‘거룩한 밤’의 활동이 주 내용이다. 이 팀은 악마를 때려잡는 강바우(마동석), 퇴마 의식을 치르는 주술사 샤론(서현), 영상 촬영 등 기술 전문 김군(이다윗)으로 구성된다. 악마에게 잠식당한 동생 은서(정지소)를 구해달라며 의사 정원(경수진)이 ‘거룩한 밤’ 사무실을 찾아오며 이야기는 펼쳐진다.

마동석은 이 영화로 장편영화에 입봉한 임대희 감독과 함께 시나리오를 준비하면서 “공포물을 몇 백 편 봤다”고 했다. 장르상 ‘오컬트 액션’에 해당하지만 마동석은 “다크 히어로물에 좀 더 가깝다”며 “기존 오컬트 영화와 비슷하지 않게 만들려고 변주를 줬다”고 설명했다.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마동석의 비중을 압도적으로 받아들이지만 정작 본인은 “퇴마사 샤론 역의 서현과 악마에 사로잡힌 은서를 연기한 정지소의 대결을 보여주는 게 영화의 핵심”이라고 했다. 자신은 그저 주변의 악마들을 정정리해 주는 ‘보디가드’쯤으로 봐달라는 것이다.

오컬트 영화답게 컴퓨터그래픽(CG)과 음향 효과 등에서는 공을 많이 들인 티가 난다. 허옇게 치켜 뜬 눈이 수시로 등장하는 등 무서운 장면들도 꽤 있지만 ‘피식’ 웃음이 나오게 만드는 ‘마동석표 개그’ 장면도 심심치 않을 정도의 빈도로 등장한다.

다만 ‘오컬트 액션’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기대하고 봤다가는 적잖이 실망할지 모른다. <거룩한 밤>에는 <범죄도시> 1, 2편에서 배우 윤계상이나 손석구가 연기한 악역의 존재가 희미하다. 공포물로 1000만명 넘게 관객을 모은 <파묘>의 이야기적 탄탄함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마동석이라는 브랜드가 지난 연말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극장가에 활기를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것 또한 사실이다. 마동석은 “극장에서 보면 다르다는 느낌이 들게 하려 사운드와 타격감에 중점을 뒀다”며 “극장을 많이 찾아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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