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파적인 쟁점 셋
1. ‘야당’은 19금 난교 장면을 왜 꼭 담아야만 했나
2. 클리셰 범벅인데 변곡점도 너무 많아 지루하다?
3. 정치영화라고 오해하는 이들에게

영화 ‘야당’(감독 황병국)이 23일 개봉 8일 차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침체한 극장가에 유의미한 결과다. 마약판 브로커 ‘야당’이라는 신선한 소재가 관객에게 통한 셈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마약’이란 주요 소재 때문에 등장하는 난교파티가 반복되는 등 자극성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표현하는 이들도 있다. 또한 장르적 클리셰가 계속 이어지는 것에 대한 아쉬운 소리도 흘러나온다.
스포츠경향은 최근 만난 ‘야당’ 황병국 감독에게 영화에 관한 편파적인 쟁점 세 가지를 물었다. 감독도 자신만의 생각으로 소신 있게 답했다.

■쟁점1. 난교파티 장면이 필요했던 이유는
‘야당’은 대한민국 마약판을 설계하는 브로커 ‘야당’(강하늘), 더 높은 곳에 오르려는 ‘검사’(유해진), 마약 범죄 소탕에 모든 것을 건 ‘형사’(박해준)가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엮이며 펼쳐지는 범죄 액션 영화다. 극 중 대선 후보 아들인 ‘조훈’(류경수)이 풀파티에서 남녀무리와 마약 투약을 하는데,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을 정도로 자극적인 난교 파티가 열리고, 이후에도 비슷한 장면들이 두 번 더 등장한다. 이유를 알고 싶었다.
“사실 그 풀파티 장면은 마약의 위험성을 보여줘야 관객들도 더 위험하게 느끼지 않을까 싶어 의도적으로 넣었습니다. 마약 중독 사례를 취재하면서 실제론 더 참혹한 장면들도 많이 봤는데, 이 작품 등급을 15세 이상 관람가로 낮추기 위해 그런 장면들을 삭제하는 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 장면은 영화 스토리상 시작점이기도 하거든요. 그 사건 때문에 ‘야당’인 강수(강하늘)와 형사 ‘상재’(박해준), ‘수진’(채원빈)까지 다 나락으로 떨어지니까요. 그런데 수위를 낮춰 눈에 띄지 않게 연출한다면 이들이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결과가 이상하게 느껴졌을 거예요. 경각심을 주기 위해, 그리고 영화 내용상 필요해서 그 장면을 넣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뒤에 나오는 요트 파티 장면에선 자극적일까 봐 옷을 다 입고 있어요. 많이 고심해서 짠 장면들이었어요.”

■쟁점2. 클리셰를 담아도 변주를 주고 싶었다?
이 작품은 범죄오락물의 전형적인 구조를 보여준다. 그러나 주요인물 세 명이 결정적 사건을 맞이하고 변화하는 과정이 각자 그려져 체감 속도는 조금 느리게 느껴진다.
“구조적으로 ‘강수’와 ‘상재’가 꺾이고 딛고 일어나 화합해서 복수하는 변곡점이 많아 보여서 호흡이 느려지는 느낌일 수도 있지만, 전 오히려 너무 쉬운 구조로 가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야 사람들이 영화를 볼 때 휴대전화를 안 들여다보죠. 이야기와 사건을 계속 틀고 틀어야지만 관객들이 더 몰입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미국드라마들도 그런 구조가 많아서, 그런 방식으로 만들었어요.”

■쟁점3. 이것은 정치영화가 아니다
영화 제목 때문에 정치물인가 싶은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실제 내용엔 대선 후보에 관한 이야기가 흘러나와 오해를 빚는 것 같다고 했다.
“절대 정치물이 아니에요. ‘야당’은 정당이 아닌 ‘마약판 브로커’라는 직업을 말하는 거고요. 그러면서도 기존 마약 범죄물처럼 어둡고 무겁지 않게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실제 제가 취재하면서 만난 ‘야당’들을 많이 따오기도 했고요. 재미 속에 마약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라는 메시지를 넣었는데, 감기 걸렸을 때 먹는 달콤한 시럽 약처럼 즐겨줬으면 합니다.”
‘야당’은 전국 극장가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