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망초 찬가

2024-09-25

여름은 개망초꽃으로 인해서 행복했다.

여름 내내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개망초꽃을 찾아 카메라에 담고 어떻게 하면 개망초꽃을 더 멋지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한 짜릿한 시간들이었다.

저녁 어둠 속에서 보는 개망초꽃, 즉 모색(暮色)의 개망초꽃은 밤하늘의 은하수와 같이 반짝거렸다.

개망초꽃은 무리를 지어서 한 다발이나 한 아름일 때 더 예뻐진다.

개망초꽃을 그냥 잡초라고 생각하면 눈길이 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보면 꽃이다. 예쁘다. 순수하고 수줍은 꽃이다.

시인은 ‘보여야 꽃이라 하지만 보아야 꽃이다’라고 하였다.

개망초꽃은 잘 보이지 않는 꽃이다. 그러니 안 보면 꽃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개망초꽃은 사람의 눈길이 닿으면 핀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고은-

유난스러웠던 여름, 부끄러움 많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 꽃은 여름밤을 하얗게 물들인 채로 그리움 가득 물고 눈길을 기다리며 서 있었던 것이다.

때로 비바람이 불 때면 개망초꽃들은 아이들처럼 자지러지면서 깔깔거렸다.

개망초꽃을 이번 여름 참 많이 만났다.

덤덤히 지나칠 수도 있던 개망초꽃과 함께 꿈결같은 별밤을 헤맨 것이다.

개망초꽃은 우리나라에서 6월, 7월, 8월 볼 수 있는 꽃이다.

워낙 망초라는 풀이 있었고, 망초 보다 더 하찮고 보잘 것 없다는 뜻에서 개망초라고 불리었다고 한다.

둘 다 일제 강점기 철도건설을 하기 위해 들여 온 침목에 붙어서 우리나라에 유입됐다고 한다.

개망초꽃이 들어온 것과 나라가 망한 시기가 우연히 맞았을 뿐인데, 일부에서는 망국초라고 하여 ‘나라 망하게 한 풀’이라는 오명을 쓰게 되었다.

개망초꽃은 억울하다.

망초를 한자로 보면 우거질 망(莽), 풀 초(草)이다. 흔히 떠올리는 망할 망초(亡草)가 아닌 것이다.

묵정밭(묵혀 둔 밭)에 우거져 있는 풀이 망초인 것이다.

사람의 손길 닿지 않는 묵정밭에서 생명력을 이어 갈 수 있는 그것만으로도 개망초는 훌륭하다.

독초도 아니고 해를 끼치는 풀도 아니다. 식용과 약용으로 사용된다.

계란후라이처럼 예쁘기도 하고 깜찍한 개망초꽃은 남들의 관심이나 눈길을 의식하지 않고 부지런히 제 할일 하는 착하고 싹싹한 아이 같았다.

개망초는 성공적으로 토착화된 귀화식물이다.

이제 우리나라는 한민족 국가에서 다민족국가로 조금씩 들어가고 있는 듯하다.

귀화하였거나 아니면 부모 중 한 분이 외국인인 것이다.

그들은 아직 조금 외롭고 힘들어 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개망초가 우리나라 토양에 잘 적응하여 상황에 맞게 다양한 크기로 적응하여 자생되어 온 것처럼, ‘가까이 있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고 멀리 있는 사람을 가까이 다가오게 한다’라는 개망초꽃말처럼, 아직은 다소 불편한 시선이 있을 수 있지만 그들도 잘 융합되어 행복한 삶을 꾸려 가길 바라본다.

개망초꽃도 올 여름 행복했을 것이다.

개망초꽃은 올 여름 나의 눈길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러니 행복했을 것이다.

개망초꽃만 행복한 것이 아니라 나도 행복했다. 사실 내가 더 행복했다.

우리의 삶도 그렇지 않을까…?

나는 작은 사랑과 관심을 보여 주었을 뿐인데 상대방은 너무나 헌신적으로 전체를 던져 주는 경우가 있다.

그런 감정들을 주고 받으며 산다는 것은 참으로 행운이고 행복일 것이다.

만족을 느껴야 행복하다고 한다.

작은 만족을 통해서 행복을 자주 느끼고 싶다.

여름밤 은하수 같은 개.망.초.꽃.

이번 여름 그들과 사랑에 빠져 카메라 렌즈를 통해 담았다.

오늘도 사랑스러운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을 진료하면서 예쁜 개망초꽃을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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