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원 관중의 환호에 심장이 뛴다. 적은 점수 차 승리를 지켜낼 때 희열을 느낀다. 내가 던지는 공은 무조건 믿는다. 강속구와 강심장을 겸비한 김영우(20)는 당차게 ‘LG 영구 결번’을 꿈꾼다.
김영우는 시즌 개막 전부터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새 시즌 LG의 마무리 투수로 낙점됐던 장현식이 부상을 입자 김영우가 대체 마무리 후보로 떠올랐다. 염경엽 LG 감독은 “구속뿐 아니라 야구에 대한 생각도 좋은 선수”라며 “김영우를 LG의 김택연으로 키우겠다”라고 선언했다.
개막 엔트리에 합류한 김영우는 꾸준히 1군에서 추격조와 필승조를 오가며 출전 기회를 받고 있다. 16경기 평균자책이 1.93이다. 염 감독이 신인 선수에게 강조하는 ‘성공 경험’을 충분히 쌓으며 성장 중이다.
김영우는 현 시점 리그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신인 투수다. 고교 시절 156㎞를 찍었던 김영우는 데뷔전에서 시속 157㎞의 공을 던져 자신의 최고 구속을 경신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자신의 기록을 또 한 번 깨트렸다. 김영우는 지난달 24일 NC전에서는 시속 158㎞ 강속구를 앞세워 김형준을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김영우는 지난 6일 잠실구장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158㎞ 인생투’를 떠올리며 활짝 웃었다. 그는 “홈 팬들이 엄청 많으셔서 흥분했던 것 같다”라며 “프로에 오니 팬들의 응원 소리가 커서 구속이 생각보다 잘 나온다”라고 말했다.
만원 관중 환호성을 즐기는 ‘강심장’ 김영우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마무리 투수를 꿈꿔왔다. 그는 “타이트한 상황에 등판했을 때 아드레날린이 나오는 편”이라며 “긴장되다가도 막상 마운드에 올라가면 ‘여기서 어떻게 공을 던져 볼까’ 하는 생각에 설렌다”라고 말했다.
김영우에게 야구는 인생이자 놀이다. 그는 “지금은 성장하는 과정이니까 포수인 (박)동원, (이)주헌 형과 볼 배합을 같이하면서 경기를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해 재미있게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영우는 프로에서 남들보다 1년 늦은 성인식을 치른다. 고등학교 2학년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고 유급했기 때문이다. 마운드에서 한발 뒤로 물러나 보낸 시간은 지금의 김영우를 있게 한 자양분이 됐다. 김영우는 “갑작스럽게 부상을 당했지만 남들보다 프로를 준비할 시간이 1년 더 생긴 거라고 생각했다”라며 “프로 진출이 늦어진 만큼 갈망은 더 컸지만 그 시간 동안 더 확실하게 준비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녹록지 않은 프로의 세계에서 김영우는 자신의 페이스를 찾아가고 있다. 그는 “감독님께서는 스프링캠프 때부터 ‘넌 일단 신인상 받아야 한다. 잘 할 거다’라고 긍정적인 이야기를 해 주신다”라며 “그런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자신감이 생겨서 입단 동기들의 성적을 의식하기보다는 내 야구를 하자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영우에게 입단 동기들은 경쟁자이기 이전에 조력자다. 그는 “정우주, 배찬승, 정현우 전부 고등학교 때부터 잘하던 선수였기에 내가 많이 배웠다”라며 “같이 성장해 나가고 서로에게 힘이 돼주는 존재다”라고 말했다.
전체 9순위로 KT에 뽑힌 김동현은 김영우와 서울고 3학년 10반 절친이다. 김영우는 “동현이도 나도 야구에 대한 열정이 높아서 투구 기술이나 타자 상대법 등을 서로 분석해 보는 걸 좋아한다”라며 “동현이한테서 자주 ‘형, 이 타자는 어때요?’하는 연락이 온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김영우에게 20년 후 꿈꾸는 자신의 모습을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오로지 LG’였다. 김영우는 “야구 인생의 최종 목표는 LG에서 거창한 은퇴식을 하는 것”이라며 “LG에서 영구 결번을 하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고교 시절 김영우의 투수 모자에는 ‘나를 믿자’ 네 글자가 적혀 있었다. 프로에 온 지금도 그 다짐에는 흔들림이 없다. “세상에서 아무도 저를 안 믿는다고 해도 저만은 저를 무조건 믿습니다.” 김영우가 힘주어 말했다. 믿음을 담아 던지기 때문에 스무살 김영우의 공은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