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키움의 내야는 사실상 모두가 ‘멀티 포지션’이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최상의 조합을 찾는 중이다. 고정된 보직이 아무것도 없다는 의미다. 특히 내야 수비의 핵심인 유격수가 계속 바뀌면서 시행착오가 거듭되고 있다.
이번 시즌 키움에서는 김태진과 어준서, 오선진이 번갈아 가며 유격수를 맡고 있다. 개막 후 45경기를 치르는 동안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100타석 이상을 소화한 선수가 아무도 없다. 모두가 주전인 동시에 백업이다. 종종 전태현과 이재상 등의 신인 선수도 유격수 시험대에 오르곤 한다.
키움의 이번 시즌 ‘플랜 A’는 2루수 송성문과 유격수 김태진의 키스톤 콤비였다. 김태진은 지난해 데뷔 11년 만에 처음 유격수를 맡았으나 안정적인 수비력을 보이며 주전으로 자리 잡았다. 김휘집의 NC 이적 이후 내야 혼란기를 겪은 키움이 새 고정 유격수를 찾은 듯했다.
시즌 개막전에 유격수로 선발 출전한 김태진은 한 달간 보직을 지켰다. 최주환이 1루수를, 송성문이 2루수를 맡고 전태현·여동욱 등 갓 데뷔한 유망주들이 3루수에 번갈아 기용됐다.
조금씩 정리돼 가던 키움의 내야에는 4월 중순 다시 한번 혼란기가 찾아왔다. 자신의 주 포지션이 아닌 2루수를 맡으며 타격 부진에 시달린 송성문이 3루수로 돌아갔다. 김태진이 2루수로 포지션을 옮기면서 공백이 된 유격수 자리에는 신인 어준서와 베테랑 오선진이 투입됐다. 키스톤 콤비는 ‘송성문-김태진’에서 ‘김태진-어준서’, ‘김태진-오선진’으로 계속 바뀐다.
어준서는 신인답지 않은 뛰어난 타격감을 자랑하지만 수비면에서는 아직 미숙한 부분이 많다. 데뷔 시즌부터 주전 내야수를 맡은 만큼 실책이 잦다. 28경기에서 실책 9개를 기록 중인데 그중 6개가 유격 수비 과정에서 나왔다. 이제 ‘유격수 2년 차’인 김태진도 실책이 6개다.

김태진은 지난 11일 한화전에서 오랜만에 유격수로 선발 출전했으나 한 경기 만에 2루수로 돌아왔다. 키움은 전력이 얇은 상황에서 타격감과 수비력을 모두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수비 포지션을 고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일단은 어준서가 주전 유격수를 맡고 있지만 언제든 새로운 얼굴이 등장할 수 있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이번 시즌 첫 번째 계획은 김태진 선수를 유격수로 쓰는 거였는데 팀 여건상 경기를 치르기 위해 포지션 변경이 불가피한 부분도 있었다”라며 “어준서 선수는 수비가 조금씩 향상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홍 감독은 “지금은 수비 포지션을 고정해서 경기를 운영하는 건 사실상 힘든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