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현지시간)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5’의 퀄컴 전시장에 들어서자 반도체 회로로 도시를 형상화한 모형이 관람객을 맞았다. 통신칩 분야의 절대 강자 퀄컴이 만드는 제품과 솔루션을 소개하는 공간이다. 스태프의 안내에 따라 메타의 혼합현실(MR) 헤드셋 ‘메타 퀘스트 3’를 착용하자 눈 앞 모형에 붉은 빛이 켜지며 모바일부터 오토모티브까지 퀄컴 제품의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허공의 ‘시작’에 손가락을 둘 때 물리적 버튼을 누르는 듯한 느낌부터 자연스럽게 펼쳐진 이미지들까지 확장현실(XR) 기기를 자주 접하지 않던 입장에선 퍽 인상적이었다.
“덤벨 운동을 하고 싶어.” 퀄컴 전시장의 스마트 글래스 체험 공간에서 안경을 쓰고 말을 하자 이용자의 체형과 나이대에 맞춰 운동방법과 효과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멀티모달(시각, 청각 등 복합정보 처리)을 지원하는 온디바이스 인공지능(AI)으로 이용자에게 맞춤형 건강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XR은 주변 현실과 가상세계를 넘나들며 몰입감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기술을 말한다.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MR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퀄컴은 기존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넘어 XR 기기에도 전용 플랫폼을 적용해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들 체험형 제품에도 퀄컴의 스냅드래곤이 탑재됐다.

퀄컴이 기기의 두뇌 역할을 맡는 AP를 만든다면,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은 원활한 통신을 돕는다. 사람들이 실시간 대화에 익숙하다보니, XR 기기는 약간의 지연만 있어도 사용이 매끄럽지 않을 수 있다. 에릭슨은 네트워크망이 복잡하거나 주파수 상태가 좋지 않을 때도 끊김 없는 연결을 제공하는 5G 기능을 지원한다.
에릭슨 전시장에서 메타와 협업한 ‘레이밴 메타 글래스’를 쓰고 주위를 둘러보니 태블릿PC에 이집트의 대표 유적이 보였다. 태블릿PC를 바라보며 ‘화면에 무엇이 있냐’고 묻자 전시장이 붐비는 와중에도 음성과 시선, 화면 속 이미지를 인식해 ‘피라미드’라고 답했다. 일상 대화보다 1~2초의 뜸이 있었지만, 못 견딜 정도는 아니었다.

일본 통신사 NTT도코모의 관계사 NTT코노큐는 지난해 샤프와 협업해 XR 안경 ‘미르자’를 선보였다. 전시장에서 미르자를 착용하고 붓글씨 쓰기를 체험해 볼 수 있었다. 幸(행)자를 고르고 자리에 앉자 눈 앞에 글자의 형상과 획순이 보여 쉽게 따라쓸 수 있었다.
XR 기기는 비싼 가격과 거추장스러운 외형 때문에 대중화에 이르진 못하고 있지만, 스마트폰의 뒤를 이을 차세대 제품군으로 꼽힌다. 엔터테인먼트 및 교육 분야, 다양한 산업에서 쓰임이 넓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XR 기기의 선두주자 메타·애플에 이어 삼성전자도 XR 기기 ‘프로젝트 무한’을 만들고 있다. 이번 MWC 기간 동안 유영상 SK텔레콤 대표, 김영섭 KT 대표, 홍범식 LG유플러스 대표 모두 삼성전자 전시장을 방문해 노태문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 사업부장(사장)과 프로젝트 무한의 기능과 방향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 관심을 모았다.
삼성전자는 구글·퀄컴과 협업해 제품을 개발하고 있으며, 연내 출시가 목표다. 헤드셋 출시를 시작으로 스마트 안경 형태 기기도 선보일 예정이다. 무한이라는 이름은 물리적 한계를 초월한 공간에서 몰입감 넘치는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