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유학 생활을 하면서 소소한 문화 충격을 많이 겪었지만, 그 가운데 잊히지 않는 것이 저들의 톱질이었다. 톱질이라면 당연히 당기는 힘으로 나무를 자르는 것으로 알지만 미국인들은 미는 힘으로 자른다. 당기는 힘이라야 체중을 실어 힘이 덜 들 것이고 밀면 톱이 휘어 더 불편할 텐데…. 나는 그들을 보며 문득 인생을 생각했다.
옛날에 논바닥 스케이트장을 가면 부모가 앉은뱅이 썰매에 아이를 태우고 즐겁게 노는데, 어떤 아버지는 앞에서 당겨주고 어떤 엄마는 뒤에서 밀어준다. 어느 쪽이 더 바람직할까? 나는 아기의 썰매를 뒤에서 밀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앞에서 끌어 줄 경우 아이가 부모의 뜻대로 끌려가야 하지만 뒤에서 밀어주면 자기가 가고 싶은 대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왜 그리 중요한가?

험한 세상 살면서 나를 밀어준 분도 있고 나를 끌어준 분도 있는데, 인제 와서 돌아보니 밀어준 분이 나에게 더 고마웠다. 그래서 인생은 끌어주기보다는 밀어주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조선조 후기 3대 민족 종교의 창시자 세 분 가운데 하나였던 증산(甑山) 강일순(姜一淳·1871~1909·사진)은 전북 고부 출신이었다. 가난한 소작농의 후손으로 젊은 날은 신산(辛酸)했다. 풍운의 한말을 살면서 민중의 고된 삶에 대한 연민이 짙었다. 그는 특히 아무 힘도 없이 억울함(寃)을 겪는 중생에 대한 마음 씀이 간절하여 “세상에 한 사람이 원한을 품어도 천지의 기운이 막힌다”고 가르쳤다.
강증산은 말년에 “인생을 사노라면 비빌 언덕이 없다는 것이 참으로 힘들다”(‘5대 訓誨(훈회)’)는 말을 남겼다. 명색이 OECD 국가요 소득 3만7000달러의 우리 사회에는 22만 명의 청년실업자가 있다. 그들은 비빌 언덕이 없이 좌절하고 있다. 그들을 조금 밀어주면 우리 사회가 좀 더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신복룡 전 건국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