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승희 시인(1952년생)
광주 출신으로 197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불의 여인’, ‘언어의 테러리스트’, ‘초현실주의 무당’이란 별명을 갖고 있음
<함께 읽기> 우리들 대부분은 젊을 때 "나대로 살고 싶었다“ 내 뜻대로 내 의지대로 살고 싶었다. 그래서 꿈을 정하고, 이루기 위한 계획도 세웠다. 그대로 밀고 나가면 곧 이룰 것 같았다. 왜냐하면 스스로 그걸 해낼 만한 능력도 있었고, 주변의 지원도 있었으니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여겼다.
"나대로 살 수밖에 없다" 이 '나대로'와 앞의 '나대로'는 같은 뜻일까? 즉 '내 의지대로 살 수 없다'고 해석해도 될까? 그렇다면 왜 뒤에 "나이 드니 그것이 절망이구나"를 뇌까렸을까?, 결국 다르다는 말이다. '내 의지대로 살아갈 수 없다'는 형태의 다른 표현이다. 즉 나의 의지를 방해하는 무엇이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든다. 꽤 시간이 흐른 지금, 그 시절을 떠올리면 우리 대부분은 내가 원하는 "나대로 살고 싶다"를 견지하기엔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뒤늦게 깨닫는다.
세상은 자신이 지키고자 했던 것을 지키고 살아가기가 무척 어려운 곳임을 가르쳐 알았으니까.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 자신의 가치관을 무너뜨리지 않고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는 것, 그것을 지키며 살아감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음을...
그래서 우린 쉽게 타협한다. '내가 만드는 세상'이 아니라, '세상이 만든 나'대로 살려고 했다. 위기나 유혹이 오면 이겨내기보다 기대려 했다. 서서히 나를 잃어가는 모습을 남의 일인 양 지켜보았다. 한때는 고민도 했지만 고뇌의 시간은 짧았고 현실의 시간은 길었다.
이제 사 나를 되돌아보니 내가 지키고자 했던 것들을, 그리고 그것들을 지키지 못함에 얼마나 후회하는지, 그러나 다시 꿈을 꾸고 다시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살아가기에는, 어느 때라도 너를 바꾸기에 부족한 시간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이제 "나대로 살수밖에 없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大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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