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시가 세상에 맞설 때 등 5권

2025-03-19

 ▲시가 세상에 맞설 때 

  지난겨울, 계엄을 막은 건 계엄령이 선포되자마자 국회로 달려가 온몸으로 군용차를 막아내고, 휴대전화로 실시간 상황을 알린 시민들이었다. 그 어떤 야만의 폭력으로도 막을 수 없는, 불의에 맞서는 시민들의 저항 정신이 다시 한번 민주주의를 살렸다. 그리고 그날 황종권 시인은 보았다. 그들의 가슴에 시 한 편이 살아 숨쉬는 모습을 말이다. 그렇게 세상에 나온 ‘시가 세상에 맞설 때(마이디어북스·1만7,000원)는 세상의 모든 폭력과 고통에 항거하며 시로 맞설 수밖에 없었던 시인들의 숭고한 정신을 담아낸 저항시선집이다.

 ▲최악의 대통령 

 ‘최악의 대통령(페이퍼로드·2만2,000원)’은 미국 정치사에서 국가와 국민에게 엄청난 손해를 끼친 미국 대통령 10명을 선정한 역사도서다. 지은이 네이선 밀러는 독자적이고 합당한 기준을 세워 세간의 평가와는 구별되는 최악의 지도자 명단을 완성했다. 구성원에게 무언가를 알려주거나 가르치려 하지 않고, 역으로 구성원으로부터 무언가를 배우려 하지도 않는 지도자. 무엇보다도 구성원의 일상에 크나큰 해악을 끼치고도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반성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지도자다.

 ▲현존의 아름다움 

 최광진의 ‘한국의 미학과 미의식’ 시리즈의 마지막 권 ‘현존이 아름다움(현암사·2만5,000원)’이 나왔다. 이 책은 고대 불교 조각에서부터 고려 불화, 조선 문인화, 현대미술에 이르기까지 한국인들이 미술작품으로 구현한 평온의 미의식을 조명한다. 동서고금을 넘나들며 다른 나라의 작품들과 비교를 통해 한국의 평온미가 갖는 고유한 가치와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저자는 오늘날 한국 사회가 지닌 우울한 불행감의 본질적 원인이 경제문제가 아닌 문화적 정체성의 상실과 역경을 극복할 수 있는 미의식의 부재라고 진단한다.

 ▲옛것에 혹하다

  ‘TV쇼 진품명품’ 20년 차 감정위원, ‘통문관’ 점원에서 ‘문우서림’ 주인까지 50년 동안 인사동 문화의 거리를 주름잡아 온 독보적 인물 김영복이 첫 번째 책을 펴냈다. 그가 만나 온 숱한 골동 중 자신만의 기준으로 엄선한 80개의 고미술 명작들과 함께 자신만의 독특한 관점으로 예술, 역사,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내 담아낸 ‘옛것에 혹하다(돌베개·2만3,000원)’이다. 저자는 우리 고미술의 정사와 비화, 그만이 경험했고 글로 쓸 수 있는 여러 사건과 진상 등을 아우른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편안하게 술술 풀어냈다.

 ▲우리가 다른 삶에서 배울 수 있다면 

 20세기 한국을 대표하는 아방가르드 무용가 홍신자, 그의 남편이자 독일 최초의 한국학자이며 함부르크대학 명예교수인 베르너 사세, 그리고 젊은 소설가 김혜나. 각자의 분야에서 탁월한 성취를 이뤄 온 세 사람이 인도 오로빌에서 만나 삶과 명상, 사랑과 관계에 대해 대화하며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해 가는 여정을 담은 ‘우리가 다른 삶에서 배울 수 있다면(판미동·1만8,000원)’이 출간됐다. 단순한 대담집을 넘어,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며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김미진 기자

저작권자 © 전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