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령의 난청 환자가 청력 회복을 위한 치료를 받을 때 환자의 나이보다 소뇌의 위축 정도가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배성훈 교수 연구팀은 뇌 건강 상태에 따른 난청 환자의 치료 결과를 분석한 연구를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게재했다고 7일 밝혔다. 연구진은 70세 이상의 인공와우 이식 환자 52명을 대상으로 수술 전후 뇌 자기공명영상(MRI)을 살펴봤다.
난청은 노인에게 흔히 발생하는 질환으로 삶의 질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우울증과 치매 위험을 높일 수도 있다. 고도난청 환자에게는 소리를 전기적 신호로 바꿔 달팽이관에 있는 청신경세포를 자극할 수 있게 하는 인공와우 이식이 효과적인 치료법이지만, 고령을 이유로 수술을 주저하는 환자들도 많다. 또 환자마다 개인차가 있어 수술 성공 여부를 예측할 수 있는 객관적 지표가 부족했던 점도 수술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었다.
연구진은 언어 지각과 같은 인지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소뇌의 역할이 청력과도 연관된다는 점에 주목해 소뇌에서도 언어 기능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Crus I’ 영역의 회백질 부피를 정밀 측정했다. 이후 단어 및 문장 인식 능력을 검사해 Crus I 회백질 부피와 청력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소뇌 Crus I 부위의 회백질이 줄고 위축된 환자일수록 인공와우 이식 수술 후 언어 인식 능력이 낮은 경향을 보였다. 특히 소뇌의 위축 정도는 기존에 수술 결과를 예측하는 데 활용된 주요 요인인 ‘난청 지속기간’보다 수술 예후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나이는 수술 결과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치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로 소뇌에 대한 영상검사가 인공와우 이식 성공 가능성을 미리 평가하고 적합한 환자를 선별하는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성훈 교수는 “앞으로 수술 전 뇌 MRI를 통해 소뇌 Crus I의 상태를 확인함으로써 환자 맞춤형 치료 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됐다”며 “나이는 인공와우 수술의 결과에 별다른 영향이 없었으므로 고령 환자도 안심하고 적극적인 치료를 고려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