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새해가 밝았다. 전 세계가 한국의 어수선한 정국을 주목하고 있다. 이럴수록 현재의 주역이자 미래의 주인공인 청년을 지지하는 정치적 고민이 필요하다.
보건사회연구원은 약 54만 명이 스스로 사회적 고립을 선택하는 것으로 추정한다(2023 보건복지포럼). 더 심각한 것은 이들이 잘 드러나지 않을 뿐 아니라 기존 방식의 복지 개입이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다. 생애주기별 인간발달을 설명한 에릭 에릭슨은 청년기를 ‘친밀감 대 고립감’의 시기로 보고, 이 시기에 친밀한 관계가 형성되지 않으면 정신건강과 사회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부산연구원에 따르면 실제 은둔 경험자 중 64.3%가 20대에 은둔을 생각하고, 73.9%가 20대에 은둔을 시작했다고 한다.
청년기 고립·은둔 현상에는 다양한 유형의 위기 청년들이 존재한다. 아픈 가족을 돌보는 가족돌봄청년은 돌봄의 시간 만큼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가정 외 보호가 종료된 자립준비청년 또한 상당수가 고립·은둔 상태이다. 금융취약청년도 경제적 어려움 외에 사회적으로도 고립된다. 이들은 자신이 고립·은둔인 줄 모르고, 아픈 가족을 돌보면서도 힘듦을 느끼지 못했다. 그 가족들조차 ‘새파란 돌봄’을 마땅한 도리로만 생각했다. 우리 사회가 청년에 대해 새롭게 인식해야 할 시점이다. 청년도 ‘안 괜찮을 수 있고’ 과거보다 성인 이행 경로가 훨씬 길고 복잡해졌다는 사실도 인식해야 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청년의 사회적 위험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2020년 제정된 청년기본법으로 청년정책이 체계화하고 있으나 종합 법률로서 실효성의 한계가 지적되자, 복지부는 전국 4개 시도에 청년미래센터를 시범 설치하고 위기청년 지원 전담 인력을 배치했다. 일시적 위기를 지원한다는 뜻을 담아 ‘위기청년지원법’도 발의됐다. 한 고립·은둔 회복청년은 자신을 ‘쓸모 있는 사람’으로 대해준 실무자 덕에 효능감을 회복했다고 말했다.
쓸모! 바로 무너진 효능감의 회복이다. 청년기는 높은 회복 탄력성을 가진 시기로 이들은 가장 먼저 접촉하는 현장 실무자를 통해 탈(脫)고립과 재(再)고립의 갈림길에 선다. 그러므로 청년기 삶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고려한 섬세한 접근과 현장 실무자의 역량이 중요하다. 한국보건복지인재원이 수행하는 청년미래센터 종사자 교육이 청년 중심 생각과 실천을 위한 지식·기술·태도를 갖춘 전문인력을 양성해 나갈 것이다. 올해 사업 확대를 계획하고 있는 청년미래센터가 조속히 17개 시도로 뿌리내리길 기대한다. “세상이 두려워 숨어 지냈던 자신을 믿어준 실무자를 만나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올 용기를 얻었다”는 한 고립은둔 회복 청년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가 기억해야 할 것이다.
배금주 한국보건복지인재원 원장